헤어지자고? 누구 맘대로!… ‘퍽퍽’
피해 여성 강 아무개 씨(36)의 이웃 주민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이날 윤 아무개 경사(44)는 오후 1시 30분쯤 강 씨의 집을 찾았다. 이윽고 강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강 씨의 휴대폰을 부수고 4시 30분쯤 집을 나왔다. 강 씨는 윤 경사에게 전화를 해 “휴대폰을 고쳐 놓고 가라”고 요구했다.
강 씨의 전화를 받은 윤 경사는 40분쯤 뒤 다시 들어와 또 다시 말다툼을 하기 시작한다. 당시 강 씨 집에 놀러 온 김 아무개 씨(여·40)가 말리려 노력했지만 윤 경사는 점점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신발장에 있는 망치를 들고 강 씨를 방으로 끌고 가 방문을 잠갔다.
“너 같은 건 죽어야 돼.”
방 안에서는 윤 경사의 목소리와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치를 들고 유유히 걸어 나온 윤 경사는 곧바로 주택을 빠져나왔다. 김 씨가 방으로 들어가자 강 씨는 머리에 피를 가득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강 씨는 두개골이 함몰되는 치명상을 입은 채로 병원에 실려 갔다.
당시 윤 경사와 강 씨가 어떠한 이유로 다퉜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사건의 핵심인물이 모두 의식불명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전언에 따르면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간 윤 경사가 강 씨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했다는 것이다.
윤 경사와 강 씨는 1년여 전에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 씨는 자신의 언니에게도 “좋은 남자가 있는데 형부랑 한 번 만나줄래”, “경찰이라 든든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자 소식이 궁금했던 강 씨의 언니는 강 씨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강 씨는 “별로인 것 같아서 조금 더 두고 보려고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급기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다. 강 씨가 윤 경사에게 이별을 고하자 윤 경사가 폭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 씨의 언니는 “폭행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왜 사람을 때리느냐’, ‘근무지에 다 얘기하겠다’고 윤 경사에게 문자로 따진 적이 있다. 징계가 두려웠는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하더니 또 다시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동생이 무서웠는지 ‘언니, 경찰에 얘기하지 마. 이 사람 진짜 나 묻어버릴지도 몰라’라고 얘기하더라. 얼마나 무섭게 했으면 그렇게 얘기할까 싶어 정말 기가 막혔다”라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주택(위). 아래는 망치로 폭행하고 도주하는 윤 경사 뒷모습. 사진출처=MBN 뉴스 캡처
이런 윤 경사를 피해 강 씨는 몇 차례 지인의 집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윤 경사는 강 씨의 위치를 파악해 괴롭히곤 했다. 참다못한 강 씨는 결국 언니의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으나 이사를 앞둔 며칠 전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사건 당일 강 씨의 집에는 이삿짐이 한켠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사건을 저지르고 이틀 후 윤 경사는 강원도 대관령 인근에서 목을 맨 상태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윤 경사의 도주로를 파악한 경찰이 윤 경사의 차를 발견하고 인근을 수색한 것이다. 발견 당시 윤 경사는 의식불명 상태로 현재까지 병원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강 씨의 가족들은 윤 경사의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씨의 언니는 “언제는 혼수상태였다고 했다가 언제는 중태라고 했다가 자꾸 말이 바뀐다. 무엇보다 윤 경사가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어떤 상태인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 이대로 사건이 묻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현재 윤 경사는 뇌사 증세를 보이며 상당히 위독한 상황이다. 설마 그런 것을 거짓말을 하겠느냐. 병원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신변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에 비밀에 부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한 여러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윤 경사가 강 씨의 휴대폰을 일 년 동안 5번이나 부수는 등 유독 휴대폰을 부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사건 당일에도 휴대폰을 부순 윤 경사는 도주할 때 휴대폰을 들고 가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씨에게 했던 전화나 문자 등을 인멸하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 씨의 언니는 “그동안 전화나 문자 등으로 동생에게 겁을 많이 줬다. 통신 기록을 조회해보면 다 나올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강 씨와 윤 경사가 의식 불명 상태임에 따라 모든 경찰 조사는 중단된 상황이지만 강 씨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강 씨의 언니는 “대수술을 한 차례 했으나 또 다시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어떻게 때렸기에 이렇게 됐느냐고 물어보더라. 경찰이 일반 시민을 그것도 키가 150cm 정도밖에 안 되는 여자를 망치로 때렸다는 게 생각할수록 너무나 기가 막히고 원통하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