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도 “30만원에 잠자리까지…”
아내 대행 서비스는 암암리에 불법 성매매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한 인터넷 대행 사이트를 통해 기자와 만난 A 씨(여·30)는 아내 대행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평범한 외모의 A 씨는 수수한 옷차림에 나이 대보다는 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재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다는 A 씨는 올해 초 이혼한 ‘돌싱녀’라고 했다. 외로움보다는 생활비를 더 벌고 싶다는 게 아내 대행 서비스를 지원한 동기였다. 아내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건 2개월 남짓. 그동안 짧게는 2~3일, 길게는 1~2주가량 여러 남성들의 아내 대행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역할은 보통 집에서 밥이나 빨래를 해주거나 말상대를 해주고 가끔 영화나 데이트도 즐긴다는 것. 이용 남성들은 평범한 기러기 아빠부터 이혼남 등 외로움을 타는 남성들이 주였다고 한다.
A 씨는 그러나 자신은 ‘건전’ 서비스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전이란 ‘성매매’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아내 대행을 말한다. A 씨는 “무리한 것을 요구하면 들어줄 자신이 아직 없다. 그런 것(성매매)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있으면 일을 그만두곤 했다. 비건전(성매매가 포함된 아내 대행) 서비스를 하는 시급 아내가 꽤 많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전했다.
아내 대행은 시간당 시급을 주기에 ‘시급 아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대우는 시간당 3~4만 원. 그런데 비건전 서비스는 여기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게 아내 대행 서비스 종사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프리미엄이란 성관계 횟수와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성관계 1회에 12만~15만 원씩을 더 얹어줘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이를 감수하고 성관계를 맺는 이용 남성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 대행 서비스를 하는 또 다른 여성의 대답이다. “아내 대행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스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기간, 장기간에 따라서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다. 단지 살림을 해주는 게 추가되는데, 사실 살림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장기 스폰의 경우 보통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의 비용이 들고 성관계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고 한다. 결국 아내 대행 서비스의 종착역은 불법 성매매라는 것을 암시하는 셈이다.
아내 대행 서비스가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즐길 때 즐기더라도 얼마든지 ‘쿨하게’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 생활에 질린 이혼남들의 경우에는 가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아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그러다 싫증이 나면 얼마든지 서비스를 중지하면 되니 부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종사자들에 따르면 외로움을 타는 기러기 아빠의 경우 장기간 계약으로 이어지는 일이 꽤 많다고 한다. 아내나 자식들이 돌아올 동안 아예 시급 아내에게 짐까지 싸서 집으로 들어오게 한 후 ‘동거식’으로 함께 지낸다는 것이다.
비건전 아내 대행의 대부분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직거래’로 이뤄진다.
대행업체에 따르면 의뢰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주문하면 이와 가깝게 아내 대행을 할 여성을 추려준다고 한다.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축해 사전 미팅을 시키고 의뢰인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최종 낙점하는 방식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연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용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사전에 말을 맞춘 게 점점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딱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가격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한 시간 반에 최소 10만 원 많게는 40만 원 이상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모든 대행업체가 건전 서비스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한 업체에게 “살림도 해주고 사적으로도 만날 수 있는 아내를 원한다”고 은근슬쩍 주문하자 “그것은 이쪽이 전문이다”라며 담당 팀장을 따로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업체 관계자는 “반드시 통화를 시작할 때 ‘A 업체’에서 소개를 받았다고 해라 그러면 알아들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해당 팀장에게 연락하자 “지금은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라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약은 성사되진 않았지만 비건전 아내 대행 서비스가 업계에서도 은밀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셈이다.
아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또 다른 루트는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역할 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비건전 아내 대행은 이곳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SNS 아이디 등을 통해 1 대 1로 연락을 취하기 때문이다. 사이트 내에서 아내나 애인 등 역할 대행을 희망하는 몇몇 여성들은 가슴이나 다리 등 일부 자극적인 신체 사진을 올리며 의뢰인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내 대행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앱에서는 성인들이 아닌 청소년까지 아내 대행 역할을 자처해 충격을 주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역할 대행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접촉한 B 양(19)은 “재워주고 먹여준다면 아내 역할 얼마든지 가능하다. 성관계는 30만 원은 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암암리에 퍼지는 비건전 아내대행 서비스를 단속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아내 대행 같이 변종 성매매의 경우 대부분 1 대 1로 접촉을 시도하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증거도 없이 대행업체를 단속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