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이구택도 똑같이 당했다
[일요신문] 정부는 민영화된 KT와 포스코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두 곳 인사에 관여할 어떠한 근거도 없는 셈이다. 단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이 8.65%(KT), 6.14%(포스코)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간혹 정부는 국민연금공단 지분을 그 명분으로 내세우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같은 논리라면 국민연금공단이 주요주주로 있는 주요 대기업 인사에서도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와 포스코는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회장은 중도하차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2003년 유상부 전 회장, 2009년 이구택 전 회장이 정권 교체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KT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용경 전 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긴 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연임이 무산됐고, 이명박 정권 출범 직전 연임에 성공했던 남중수 전 사장 역시 낙마했다. 이번에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정준양 회장 사의 표명설이 흘러나오면서 두 회사의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 모두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임기 3년차이던 지난 2007년 말 연임을 시도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연임이 힘들 것을 우려해 무리수를 둔 것이었는데 결국 남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뇌물죄로 구속수감을 당하며 KT를 떠나야 했다. 이를 놓고 정가에선 ‘노무현 사람’이었던 남 전 사장이 괘씸죄로 물러났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남 전 사장 후임자가 바로 이석채 회장이다.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가깝던 이 회장은 개각 때마다 후보로 오르내리다 결국 KT로 둥지를 틀었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천거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정준양 회장 역시 이명박 정권 실세들 도움으로 포스코 수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기가 끝나지 않았던 이구택 전 회장은 국세청에 세무조사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2009년 초 사직서를 냈다. 이 회장은 “외압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임된 이 회장이 사실상 쫓겨난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그 후 포스코 회장 임명 과정에서 박영준 전 차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정 회장을 밀었다는 의혹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이석채·정준양 회장의 연이은 사의 표명을 지켜보면서 문득 5년 전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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