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막히고 성과 압박… 깝깝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직책 없이 일을 하는 지원 근무제를 도입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인사는 적체되어 있는데 부처 업무에 대한 평가는 연말에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경제활성화와 관련한 법률 통과와 일자리 창출 능력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받는 압박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과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 등 46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들 법안 통과를 위해 각 부처에 장관을 중심으로 야당에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경제활성화 법안의 상당수가 대기업 특혜 법안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한 55개 중점법안을 선정한 상태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여권 일각에서 정치권이 해결해야할 문제를 마치 관련 부처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데 솔직히 섭섭하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향후 모든 정책을 일자리 창출 능력과 연계한다고 밝히면서 경제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국무총리실은 연말까지 일자리 창출 능력을 평가해 우수 부처와 담당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능력 평가를 예산 투입시 직접 만들어지는 일자리 중심으로 계산키로 하면서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사색이 됐다. 지금까지 일자리 정책을 발표할 때 각 부처는 정부 예산에 따른 일자리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간접적인 일자리도 통계에 넣어왔다. 일자리 창출 효과 중 4분의 3 정도는 이러한 민간 차원의 일자리였다. 당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인센티브를 받기는커녕 불호령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2일, 357조 7000억 원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이 권력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을 이유로 국회 일정 일부를 보이콧하는 등 장내·외 투쟁을 벌이고 있어 내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편의시설이 부족한 세종시로 올 연말에 사회·복지 관련 부처들이 대거 이전해오는 것도 먼저 자리를 잡은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는 반가움보다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지난해 말 기재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13개 부처 소속 5556명이 허허벌판에 청사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던 세종시로 이전해왔다. 1년이 지나며 청사 주변에 편의시설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이들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올 연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소속 5846명의 공무원이 추가로 세종시에 내려온다.
서울로 파견 나와 있는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올해 말이면 파견이 끝나서 세종시로 복귀해야하는데 먼저 내려간 동료들이 ‘사람 살 곳이 못 되니 오지 마라’며 말리고 있다. 내년에 파견으로 다시 근무할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혹시 몰라 세종시에 전세를 알아봤는데 올 연말 2차 정부부처 이전 때문에 세종시에는 전셋값이 분양가를 넘어선 아파트가 속출해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