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을 ‘꿔다논 보릿자루’ 취급
지난 1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지도부가 주어진 시간의 절반가량을 사용하자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사진은 8월 13일 열린 의총에서 황우여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국정원개혁특위에 대한 절차상 문제가 우리 당에 있다. 특위의 핵심은 정보위원회다. 당 지도부가 정보위원장을 비롯해 정보위원들과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이, 단 한 번의 면담도 없이 특위를 (이야기)했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정보위원장이 최고위원회의 때 (특위에) 반대해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이 문제를 보류하는 것이 맞고, 그 부분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당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맞다. 어느 상임위의 주요 법안을 제출할 때 상임위원들이 모르고, 간사가 모르고, 위원장이 회의가 열리는 그 시간까지 모르고…. 이는 당에서 국회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부터 새누리당이 이렇게 됐나. 또 하나는 대통령께서 연설하시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특위를 받았다). 그렇다면, 국정원 개혁에 대한 부분은 청와대가 다 막고 있었다는 것인가.”
요약하면, 정보위원인 조 의원이 국정원개혁특위 설치에 대해 몰랐다, 당 지도부는 정보위원장 이하 정보위원에게까지 한마디 상의 없이 특위 제안을 받았다, 그렇다면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명령과 재가 아래 국정원 문제를 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조 의원이 다소 긴 비판을 하던 중에 최경환 원내대표가 ‘짧게 하라’는 신호를 사회자에게 보냈다.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가이드라인을 설명하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차례가 됐다는 신호가 됐다는 귀띔을 받고 일어서려는데 의총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참석한 의원들이 “뜬금없이 웬 에너지냐?”, “조 의원 말이 맞다. 좀 더 들어보자”, “특위도 특검도 안 된다”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조 의원은 준비한 이야기를 끝냈다. 거의 20분 이상 썼다고 한다. 그 뒤 윤 장관이 나왔고, 이어 이진복 의원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당시 의총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 정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시간 의총을 하는데 원내대표가 5분, 당 대표가 5분 등등. 이렇게 30분 쓰고. 뜬금없이 장관이 나오고…. 할 말이 있는 의원들은 손을 들어도 모른 척하고, 이렇게 하려면 의총 왜 하는지 모르겠다. 형식 다 때려치우고 의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많이 듣도록 해야지 원….”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