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 회장)이 재계와 국민정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대해 “국가경제를 고려하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기 힘들다”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계만 희생양이 됐다”며 부담 증가를 우려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용만 회장
사실 박 회장이 지난 8월 취임 후 “경제단체가 경제민주화에 반대만 하면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경제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상의의 ‘임무’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한마디를 하더라도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시해 각 부서에서 수시로 입장을 밝히는 일도 줄어들었다.
당연히 박 회장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전경련 쪽에선 “개념 없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경제단체가 정부의 눈치 보기로 공무원으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박 회장은 지난 21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 현황에 대해 소통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에 반대하지만은 않겠다”던 기조에서 다시 규제완화 쪽으로 다시 돌아선 셈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재계 현안에 대해 균형감을 갖고 접근하자는 것”이라며 “박 회장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들으면 마치 경제민주화에 찬성하는 대기업 오너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웅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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