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헬기 제조사에 사고 분석 맡긴다고?
LG전자 소속 헬기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에 충돌해 화단으로 추락했다. 구윤성 인턴기자
LG전자 측은 “그날 아침 출발 2시간 전에 박인규 기장에게서 ‘일기가 좋지 않아 잠실 선착장이 아닌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사장)를 비롯해 헬기 이용자들은 김포공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1시간 정도 지난 7시 40분쯤 박 기장에게 연락이 다시 와 ‘일기가 괜찮아져서 잠실선착장에서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해, 안 사장 등은 잠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아이파크 아파트와 충돌할 시점에 헬기에 설치된 GPWS(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대지접근경보장치)가 울렸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가 난 시콜스키의 HL9294는 최신 기종으로 E-GPWS가 설치돼있다. GPWS 기능은 헬기 시동을 걸었을 때 자동으로 켜지는 시스템이므로, GPWS가 정상 작동했다면 건물 접근 전에 경고음을 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GPWS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했고, 운행을 하기 전 조종사들이 수시로 점검을 한다. 그러나 GPWS는 착륙을 위한 장치로 아래쪽을 주로 감지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정면이나 측면의 위험 물체를 감지하는 데는 제한적이라 건물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고 조사 관계자도 “GPWS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또는 작동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를 알지 못했는지 등의 정확한 여부는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서울지방항공청과 국토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헬기 잔해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블랙박스 해독에 약 6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기술적인 문제로 해독이 어려워 제조사인 시콜스키에 보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헬기 충돌로 파손된 아이파크 외벽.
그러나 국토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블랙박스 해독 방법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하지만 설사 블랙박스를 헬기 제조사인 시콜스키에 보낸다고 해도, 시콜스키는 블랙박스 안에 담긴 자료를 인출만 할 뿐 분석은 국내에서 진행한다. 또한 블랙박스 칩 속의 자료는 은폐 조작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또한 사고 당시 삼성동 아이파크 건물에 항공장애표시등이 켜져 있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표시등이 또 하나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항공장애표시등은 항공법상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심의 높은 빌딩이나 굴뚝, 철탑 등의 구조물에 설치하는 불빛을 말하는데 야간에는 반드시 켜놓아야 하고, 주간에도 시야거리가 5000m 이하인 경우 켜야 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은 시야거리가 800m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파크의 항공장애표시등은 켜져 있지 않았다.
사고 관계자들은 만일 아이파크의 항공장애표시등 미작동이 사고의 일부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보험사에서 구상권 청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에서 이번 헬기 사고 피해 보상을 보험 처리하는데, 아이파크 건물 측에도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결론이 난다면 LG전자의 보험사 측에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사고 피해 보상과 관련해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면 공동피고는 아파트 관리주체인 주민 전체와 관리용역업체가 될 것이다. 그럼 항공장애표시등의 사고 책임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느냐가 법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판례가 없는 일이라 외국의 사례를 찾아봐야 하겠지만 항공장애표시등으로 인한 책임 구상권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그 아이파크에 CEO들 많이 산다
김택진도 ‘사고층’에…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산업개발의 삼성동 아이파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적잖은 재계 인사들이 살고 있었다.
이번 헬기 사고가 발생한 아이파크 이스트윙동(102동)에서도 충돌의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은 곳은 24층부터 26층까지. 이 층수에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의 집이 있다. 다행이 김 대표의 집은 헬기 충돌이 일어난 외벽과는 떨어진 쪽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문주남 대동산업 회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도 사고 피해를 입은 층수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층은 아니지만 이스트윙동에는 박세종 세종공업 회장이 살고 있었다. 세종공업은 현대차그룹 자동차 부품 회사로 박 회장은 현대자동차 출신이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석홍 동선합섬 회장,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이상호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장 등이 이스트윙동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8년 7월 본인 명의로 아이파크 웨스트윙동(101동) 33층 전용 145㎡ 아파트를 32억 원에 매입했다가 1년 후 29억 원에 팔았다. 사우스윙동(103동)에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2005년 작고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김택진도 ‘사고층’에…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산업개발의 삼성동 아이파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적잖은 재계 인사들이 살고 있었다.
이번 헬기 사고가 발생한 아이파크 이스트윙동(102동)에서도 충돌의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은 곳은 24층부터 26층까지. 이 층수에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의 집이 있다. 다행이 김 대표의 집은 헬기 충돌이 일어난 외벽과는 떨어진 쪽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문주남 대동산업 회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도 사고 피해를 입은 층수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층은 아니지만 이스트윙동에는 박세종 세종공업 회장이 살고 있었다. 세종공업은 현대차그룹 자동차 부품 회사로 박 회장은 현대자동차 출신이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석홍 동선합섬 회장,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이상호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장 등이 이스트윙동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8년 7월 본인 명의로 아이파크 웨스트윙동(101동) 33층 전용 145㎡ 아파트를 32억 원에 매입했다가 1년 후 29억 원에 팔았다. 사우스윙동(103동)에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2005년 작고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