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고 할 걸 팔라고 해야…’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계열사 매각 등과 관련해 전혀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계열사나 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룹이 현재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속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다른 그룹들처럼 무언가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이 동부그룹처럼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이야 괜찮겠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도 높게 경고한 바 있다.
재계 고위 인사는 “현대그룹의 말이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동부 등 유동성 위기에 몰린 그룹이 계열사·자산 매각 등에 나서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일부 기업이 계열사·자산 매각에 나서며 재무구조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금융권의 현대그룹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강력 반발하는 까닭은 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매각해야 그룹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은 이들을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어렵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계열사 매각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적극적인 항변에도 금융권에서는 현 회장의 ‘내려놓기’에 대한 결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회장의 버티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