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칼끝 심상찮다’…방패 물색 중
국세청이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80일 더 연장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대기업 사정의 다음 타깃이 롯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아래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재계 관계자가 “롯데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그 한 예로 전한 말이다. 대기업들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홍보 책임자를 새롭게 영입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예로 효성그룹이 권오용 전 SK 사장을 홍보총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을 들 수 있다. 효성은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이어 현재 탈세 의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오너 일가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롯데는 CJ그룹의 검찰 조사와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효성과 함께 사정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던 기업 중 하나다. 롯데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국세청 세무조사가 연장됐다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11월 13일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80일간 연장한다고 알렸다. 120일간 세무조사를 해왔던 것도 모자라 ‘방대한 자료 조사’를 이유로 무려 80일 연장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200일간이나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얘기다.
롯데쇼핑 측은 “사업이 다양하고 조사할 자료가 많아 연장할 것일 뿐”이라며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다음 타깃의 윤곽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재계 고위 인사는 “롯데는 이른바 ‘장부·서류 정리’에 능통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며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도 ‘큰 건’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철저히 대비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한창인 잠실 제2 롯데월드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쩍 잦아진 것도 롯데를 압박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건축 허가를 내준 여당 내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롯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서울 삼성동 헬기추락 사고 직후 지난 11월 19일 제2 롯데월드의 안전성과 이명박 정부의 특혜 의혹을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공사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가 효성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지금은 맛보기 정도고 조만간 쓰나미가 몰려올지 모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그 반대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별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제2 롯데월드 역시 한창 공사 중인데 이제 와서 중단 운운한다고 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8일 그룹 사장단회의를 열고 내실경영과 해외사업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일부에서는 롯데가 내년에 7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투자계획을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는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올해 실적을 되돌아보고 내년 전망을 하는 자리”라며 “내년 투자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1월 중순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폭풍전야에 놓여 있다는 재계 시선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재계 얘기도 알고 있고 정치권 문제제기도 알고 있으나 뭐라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