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대생 나가요 걸’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 은 룸살롱에서 유흥을 즐기는 남녀로 기사의 특 정 내용과 관련 없다. | ||
최근 들어 서울 강남 신촌 등 대다수 유흥업소들은 앞다투어 ‘여대생 다수 보유’를 홍보하는 추세. 업소측에 따르면 이들 소위 ‘나가요 걸’들 가운데 약 30∼40% 정도가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성미를 갖춘 이른바 ‘10%룸살롱’의 고급 접대부는 여대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라고 한다. 진상 확인을 위해 충격의 현장인 대학가와 유흥업소의 유착지대를 찾아가 보았다.
지난 6일 밤 9시 홍대 정문앞의 이른바 ‘피카소 거리’. 이슬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남성이 지나가는 취객들을 상대로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대생들을 다량 고용한 한 룸살롱의 호객꾼이었다.
취재진이 손님을 가장한 채 관심을 보이자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고급 승용차가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차가 멈춘 곳은 서교동 서교호텔 인근의 한 노래클럽. 하지만 말이 노래클럽이지 내부는 초호화 룸살롱이나 다름없다. 내부 인테리어나 규모가 웬만한 호텔 룸살롱 못지 않았다. 룸으로 들어오는 아가씨들도 하나같이 출중한 미모를 자랑한다.
클럽측에 따르면 일하는 여종업원 중 절반 가량은 인근대학은 물론 서울과 근교의 각 대학에서 ‘공수’된 여대생들이라고 한다. N클럽의 조아무개 부장은 “아가씨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이나 학교 주변에 붙인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대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장이 전하는 아가씨 섭외 풍토도 완전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종전에는 마담들이 직접 아가씨 물색에 나섰다는 것. ‘물 좋기로’ 소문난 홍대나 신촌 인근의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만나면 접촉을 시도하는 게 이들의 수법. 외모가 뛰어날 경우 즉석에서 거액의 개런티를 지급하며 흥정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상태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에 구태여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히려 업소측에서 찾아오는 여대생들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하는 정도라는 것. 조 부장은 “우리도 ‘수질’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 서울시내 한 대학가에 붙은 유흥업소의 구인광고. ‘당일결제도 가능’하다며 돈이 필요한 여대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 ||
취재진이 벽보에 붙여진 한 업소의 휴대폰 번호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해당 업소 관계자에게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자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웬 참견이냐”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곳에서 만난 여대생 김아무개씨(23)는 “요즘 우리 학교 주변에서 이 같은 광고는 흔히 볼 수 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이미 벽보에 적힌 전화번호로 자세한 조건까지 문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인 질문에 김씨는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카드 독촉에 시달리던 친구 가운데 한 명이 과외 아르바이트가 끊기자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위해 전화로 자세한 근무조건을 알아보는 것을 봤다”며 “전화 통화에서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여대생들의 유흥업소 진출은 예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KBS 별관 인근에 위치한 B룸살롱 마담 오아무개씨(28)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대생들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잠시 스쳐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휴학을 하는 등 아예 한 학기 정도 눌러앉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중에는 대기업 직원 등의 부유층 자제는 물론,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유학파’들도 끼어 있다고 한다. 오씨는 “가방끈이 짧아 유흥업소에 들어오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비율로 따져봐도 6 대 4 정도로 대학물 먹은 아가씨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때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에게는 2차를 강요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요즘에는 이런 불문율도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오씨는 “예전에는 사정사정 해도 2차를 거절했지만 요즘은 말 안해도 스스로 2차를 나가겠다고 자청한다”며 여대생들의 성 개방 풍조를 대변했다.
여대생들이 나가요 걸에 뛰어드는 주 원인은 역시 카드빚 때문. 종전까지만 해도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나가요 걸의 상당수는 ‘생계형’이었다. 학비와 용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학 동안만 술을 따랐던 것. 그러나 요즘은 ‘사치형’으로 종류가 변했다. 자신의 낭비를 주체하지 못한 여대생들이 쉽게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밤업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강남구 신사동 G룸살롱 최아무개 실장(31)은 “여대생이든 술집 아가씨들이든 간에 크고 작은 돈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빚을 갚기 위해 뛰어들었어도 무분별한 씀씀이로 오히려 빚을 늘리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대생들을 수십 명씩 관리해 왔다는 최 실장이 “도대체가 돈 무서운 줄을 모른다”고 개탄할 정도. 그는 “이 생활을 어느 정도 한 아가씨들은 알고 자제하는 편인데, 오히려 여대생들과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말 그대로 돈을 물쓰듯이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여대생들의 유흥업소 진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밤문화 웹진 나가요닷컴(www.nagayo.com)의 운영자 목영도씨(39)는 “이 같은 생활에 한 번 젖으면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소위 좀 잘나간다는 여대생의 경우 한 달에 5백만∼8백만원까지 벌어들인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로 쉽게 버는 만큼 쉽게 써버리는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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