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싹쓸이 TK 씁쓸
“앞으로 잘 보라고. 마산고, 진주고, 경남고가 엄청나게 득세할 거야. 이젠 PK 전성시대야.”
누가 누가 어디 자리에 내정됐다는 이야기를 그러려니 하며 흘려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권력의 중심부, 각 기관의 최고위직, 부처의 중추직에 어디 출신, 어느 학교 출신이 들어온다는 것은 해당 조직원으로선 구세주도 될 수 있고 저승사자도 될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어느 고교가 전성기를 누렸는지 들여다보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독주하고 있는 마산고 인맥을 보자. 집권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황찬현 감사원장이 임명됐다. 그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마산중 출신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서 내정 사실을 들었느냐는 추궁은 청문회의 시작과 끝이었다. 이주영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이나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모두 마산고 동문이다.
진주고의 득세는 초고속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화룡점정이 됐지만 이미 진주고 출신은 핵심적인 자리에 여럿 올라 있었다. 박창명 병무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이 진주고 선후배이고,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진주고 동기다. 감사원은 마산고 원장에 진주고 사무총장 체제가 됐다. 여기에다 김기춘 실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경남고 선후배가 된다.
김학송 전 의원이 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TK(대구·경북)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종 후보 3배수에 오른 나머지 두 명이 모두 정통 TK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인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경북중·경북고를 나왔다. 경북고 출신들이 대거 허 전 사장을 밀었는데 힘이 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로공사 내 자체 승진을 기대했던 최봉환 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도 대구 계성고, 영남대를 나온 TK맨이다.
이를 두고 한 TK 출신 정치권 인사는 “PK의 득세, 충청권의 몸집 키우기로 TK는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뭔가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에선 하루빨리 차기 주자군을 정해서 치고 나가지 않으면 이번 정부에서는 외면당하기만 하는 식물 TK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