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공주 도쿄대 보내기 며느리들 전쟁중
일본 왕실 첫째 며느리 마사코 세자비와 딸 아이코. EPA/연합뉴스
일왕의 손녀이자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의 외동딸 아이코(12)의 학교 성적이 화제다. 내년 3월 가쿠슈인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코 성적은 모든 과목이 ‘수’로 학년에서도 톱클래스. 연일 매스컴에서는 “일왕가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며 칭찬 일색이다.
한때 등교거부 문제로 왕실을 발칵 뒤집어 놓은 아이코였지만, 근래에는 동급생들과도 잘 어울리고 쾌활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공부에 취미를 붙여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에도 책 읽기에 열심이라고 한다. 이러한 딸의 성장은 마사코 비의 마음에도 변화를 가져 왔다. 요양을 이유로 두문불출하며 공식 석상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마사코 비가 최근에는 공무에 복귀하는 일이 많아진 것. 지난 8월과 9월에는 왕세자와 함께 나란히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의 재해지를 찾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는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적응장애를 앓고 있던 마사코 비가 심신을 회복 중이며, 이 같은 변화를 초래한 것은 아이코의 우수한 성적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마사코 비는 왕자를 낳지 못한 스트레스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들을 낳은 ‘완벽한 왕족’ 기코 비와 사사건건 비교 당하며, 분명 마음을 끓였던 탓일 게다. 그런데 총명하게 성장하는 딸의 모습이 그녀에게 점점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일본 왕실 둘째 며느리 기코 비와 아들 히사히토. AP/연합뉴스
교육에서 각별히 마사코 비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영어다. 그녀는 하루에 1~2시간은 꼭 아이코와 영어로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매년 여름방학에는 영어캠프에 다니게 하고 있으며, 아이코가 중학생이 되는 내년에는 해외 홈스테이도 계획 중이다. 덕분에 아이코의 영어실력은 이미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아이코가 다각적인 시각과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조형과 서예의 전문가들에게 개인수업을 받게 하는 등 마사코 비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무척이나 높다.
아직 성급한 면이 없진 않지만, 가쿠슈인초등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이라는 것은 실제 어떤 수준일까. 수험 전문 컨설턴트 모리가미 씨는 “가쿠슈인초등학교의 학력은 명문 사립 초등학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톱클래스의 아이라면 장래 도쿄대를 목표로 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도쿄대 진학을 위해서는 평민 수험생들과 함께 입시를 치러야 한다. 만일 여기서 떨어진다면 왕실로서는 체면 깎이는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붙으면 붙는 대로 아이코가 합격했기 때문에 일반 수험생 한 명이 떨어졌다는 비난도 우려된다. “국민 세금으로 자란 왕족이 국민을 밀어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나 3년 후부터 도쿄대에도 정원 외 총 100명 정도의 추천 전형이 생긴다. 이를 이용하면, ‘국민을 밀어내고 붙었다’라는 비난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아이코의 도쿄대 진학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것을 의식해서인지 요즘 왕세자 부부의 영재 교육법도 한층 철저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왕실 저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아이코에 대한 철저한 교육 이면에는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왕세자 부부의 속내가 숨겨져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이코가 ‘여왕이 될 가능성’을 부부가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현재 일본 왕실은 왕족의 아들에게만 왕위 계승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여왕이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언제 무엇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 한 저널리스트는 “왕세자 부부의 기본적인 교육 방침에는 아이코도 장래 여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편, 마사코 왕세자비만큼이나 교육열이 높은 또 한 명의 ‘어머니’가 있다. 바로 왕실의 유일한 손자이자, 미래의 일왕에 오를 히사히토(7)의 어머니, 기코 비다. 일왕의 둘째 며느리인 기코 비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현모양처. 세간에서는 흔히 ‘여성 왕족의 모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흉중이 편치 만은 않다. 히사히토의 사촌누나 아이코가 학년 최상위 성적이라고 보도되자, 아들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 것. 궁내청 관계자는 “기코 비가 최근 히사히토 왕자 교육에 매우 열심이다. 장래 왕위를 잇는 사람답게 최고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사촌끼리 학력을 비교하는 풍조가 짙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언론들은 ‘기코 비 역시 아들 히사히토를 도쿄대에 입학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두 며느리들의 높은 교육열,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참고로 그녀들의 학력을 살펴보면 마사코 왕세자비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 후 도쿄대 법학부에 입학한 반면, 기코 비는 가쿠슈인대학 출신으로 유학한 이력은 없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