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롱런…이제 ‘카브레라’에 바통터치
가야르도 마지막 생산 모델인 LP570-4 스파이더 퍼포만테와 임직원들.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웹사이트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모델 이름을 투우(싸움소)에서 따오기로 유명한데, 가야르도 역시 전설적인 투우사인 ‘미우라’가 키운 싸움소의 이름이다. 2도어 스포츠카인 가야르도 모델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3년 제네바모터쇼 개막 때였다. 당시 람보르기니는 경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랑받는 스포츠카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좀 더 대중화(?)된 모델’로 가야르도를 제작했다. 경주용 자동차 세계에서 유명하던 람보르기니 브랜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바로 이 가야르도 모델의 힘이 컸다.
처음 선보인 가야르도 모델은 한때 ‘베이비 람보르기니’로 불리기도 했다. 배기량 5000㏄에 최고시속 309㎞의 뛰어난 성능을 지녔지만 람보르기니의 전통적인 슈퍼 스포츠카의 축소판 정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후 람보르기니는 매년 가야르도 모델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바꾸거나 엔진 출력과 스피드를 업그레이드한 시리즈 모델을 내놓아 인기를 끌게 된다.
2006년 2월 LA오토쇼에서는 가야르도의 오픈카 버전인 ‘가야르도 스파이더(Spyder)’를 선보여 지구촌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탑 기어>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자신의 애마를 팔고 가야르도 스파이더를 구매한 일화도 유명하다. 같은 해에 250대 한정판 모델로 내놓은 가야르도 SE(Special Edition)는 이전의 가야르도 모델과 달리 검은색 지붕이 차 뒤쪽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왼쪽부터 LP550-2, LP560-4 스파이더, LP570-4 슈퍼레제라.
2009년에는 가야르도 시리즈 중 최초의 후륜구동 모델인 ‘LP550-2 발렌티노 발보니’가 제작됐다. 발렌티노 발보니는 람보르기니의 신화적인 ‘테스터 드라이버’의 이름으로, 은퇴하는 그를 기념해 한정판 모델을 선보였던 것. 이후 본격적으로 출시된 ‘LP550-2’는 직전 LP560 모델에 비해 엔진출력이 10마력 줄었지만 힘이 뒷바퀴에 집중되면서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해 운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V형 10기통 DOHC엔진과 수동 6단 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시속 320㎞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3.9초를 기록했다. 2011년 LA오토쇼에서는 LP550-2의 오픈카 버전인 ‘LP550-2 스파이더’ 모델이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2013년 봄에는 시판가 3억 원대의 ‘뉴가야르도 LP560-4’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풀타임 4륜구동(AWD) 방식의 이 모델은 최고속도 325㎞/h, 제로백 3.4~3.9초를 넘나들어 ‘궁극의 스포츠카’라는 평가도 들었다. 또한 초경량 모델인 ‘LP570-4 슈퍼레제라’를 기반으로 재탄생된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 에디지오네 테크니카’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이 모델은 5.2리터 V10 엔진과 6단 E-변속기 및 고성능 타이어 등이 장착돼 최고시속 325㎞, 제로백 3.4초의 막강 스피드를 뿜어낸다.
가야르도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모델은 개인 소장가들을 위해 제작된 ‘LP570-4 스파이더 퍼포만테’이다. 람보르기니 웹사이트에는 끝으로 생산된 붉은색 스파이더 퍼포만테를 앞에 두고 임직원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