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금융 튕기고 사모펀드만 덤빈다
지방은행계열 매각공고에 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본 입찰이 실시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본격화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가 하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민영화가 진행 중임에도 벌써 ‘중간평가’와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정부에서는 우리은행 매각 가격을 5조~7조 원으로 잡고 있다. 지방은행계열이나 증권계열 인수 가격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액수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인수 후보군으로 KB금융, NH농협금융, 교보생명, MBK파트너스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공식적으로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 둘은 현재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여러 곳에서 사모펀드의 우리은행 인수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태여서 MBK파트너스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에도 무게가 떨어진다.
남은 곳은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의지와 교보생명의 자금력, 신사업 진출이라는 요소가 맞아떨어지면서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내년에 실시되는 일을 지금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진작부터 검토는 하고 있었다”며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고집해온 교보생명이 7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한꺼번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 것. 은행업을 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교보생명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한 이유다. 교보생명마저 인수 후보군에서 제외한다면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반대에 부딪치고 있지만 사모펀드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사모펀드 쪽에서 우리은행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 11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를 승인했다”고 밝혀 사모펀드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진행됐던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는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우리은행 인수는 론스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워낙 강하고 반대 여론이 많아 성사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드물다. 설사 사모펀드의 참여를 허락하더라도 단독 입찰을 아예 배제하거나 50% 이상 지분 보유를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당장 내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외부는 물론 우리금융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