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역할? 존재감도 없네
[일요신문]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선임된 이순우 회장은 ‘민영화를 위한 회장’임을 스스로 천명했다. 민영화를 위해서라면 “임기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했을 정도다. 이 같은 모습 때문에 비록 매각 대상이기는 하지만 이 회장이 민영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민영화가 시작되면서 이 회장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민영화를 위해 이 회장이 강조한 것은 ‘기업가치 제고’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의 부실을 털어내고 조직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부실 계열사 때문에 매각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5월 우리금융 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새로운 수익 창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계열사들이 갈가리 쪼개져 분할 매각되면서 시너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들려올 뿐이다.
실적 악화는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 3분기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864억 원을 기록, 전 분기보다 41.7% 감소했다. ‘빅4’로 불리는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로, 1위인 신한금융지주 5232억 원의 6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올해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2%나 급감한 4447억 원을 기록 중이다. 순이익 감소폭 역시 빅4 중 가장 크다. 전망이 낙관적이지도 않다. 우리은행은 당장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으로서 쌍용건설이 상장폐지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서 이순우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이순우 회장의 모습은 되레 더욱 찾기 힘들다. 비록 내정자 시절 때부터 이미 민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지만 민영화를 위한 회장임을 자청한 데다 우리금융의 ‘마지막 회장’이 될지도 모르는 터에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평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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