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가보’ 낙찰자에 시선 집중
위 사진 왼쪽 그림이 5억 5000만 원으로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김환기 화백의 ‘24-VIII-65 South East’. 아래 사진 오른쪽 그림이 6억 6000만 원으로 최고가에 팔린 이대원 화백의 ‘농원’. 임준선·전영기 기자
서울옥션의 경우 자체 집계 27억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K옥션은 현장경매와 온라인 경매를 합해 27억 8157만 원을 기록해 소폭 앞섰다. 온라인 경매도 97%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양대 옥션을 통틀어 최고가 낙찰작은 6억 6000만 원에 낙찰된 이대원 화백의 ‘농원’이 차지했다. 김환기 화백의 ‘24-VIII-65 South East’(5억 5000만 원),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2억 3000만 원), 오치균 화백의 ‘가을정류장’(2억 20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미술품 경매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까. 전문 수집가나 화랑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관계자, 부유한 미술애호가만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옥션 홍보담당자 백다현 씨는 “신규 고객의 유입이 많았던 것이 이번 경매의 특징이었다”며 “응찰자 수도 많았고, 경합도 치열했다”고 전했다. 미술품을 잘 몰랐던 일반인들이 전 씨 일가의 미술품이라는 이슈에 이끌려 전시장을 찾았다가 흥미와 호기심에 이끌려 입찰에 응한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미술계 인사는 “이번 특별경매엔 국·공립미술관, 재벌가에서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집가들, 앞으로 미술관을 설립하려는 계획을 가진 미술 애호가들이 주로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이 인사에 의하면, 미술관마다 나름의 개성과 선호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경매에 참여하진 않는다고 한다. 고가의 미술품을 사서 전시하기보다 젊은 신진작가를 발굴해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려는 미술관, 그림이나 조각보다 사진 전시를 더 비중 있게 하는 미술관 등은 경매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국립미술관도 매년 미리 예산을 할당 받고, 집행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경매에 참여하기 어렵다.
예외적으로 특정 작가의 이름을 걸고 해당 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미술관들이 작가의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경매장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전두환 일가 미술품 경매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K옥션 경매에서 5억 5000만 원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24-VIII-65 South East’ 역시 ‘환기미술관’이 아닌 일반인이 낙찰 받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18일,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열린 경매에선 16폭짜리 조선후기 화가 화첩을 해체해 각각 경매에 붙인 결과, 총액 7억 521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16폭 중 가장 고가였던 심사정과 정선의 작품 4점이 한 사람에게 낙찰돼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화첩은 전 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보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추정가를 크게 웃돌며 치열한 경합 끝에 팔린 작품들이 많았다. 작자 미상의 ‘괴석화접도’가 2100만 원에 팔렸고, 정학교의 ‘괴석도’는 56차례의 경합 끝에 7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앞서 11일에 경매를 치른 K옥션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2점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전화와 현장 참가자의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200만 원에서 2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휘호도 응찰자가 많았다. 100만 원에서 시작한 경매는 1100만 원까지 11배가 오른 끝에 전화 참가자에게 낙찰됐다. 전 씨 일가의 소유품이었다는 이력 때문인지 병풍 등의 고미술품도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활발히 거래됐다. 오치균의 ‘가을정류장’과 ‘인왕추경’이 각각 2억 2000만 원, 1억 2500만 원을 기록했다. 양대 옥션의 최고 낙찰작 2점을 제외하면 오치균 화백의 작품이 평균 1억을 넘으며 고가에 거래된 것이다. 오치균의 작품은 양대 옥션을 합해 9점, 변종하의 작품은 10점이 목록에 있다. 전재국 씨가 특히 애착을 가졌던 작가들이라는 후문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데미안 허스트 등 해외 작가의 판화도 평균 1500만~20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판화는 대량 복제가 가능하고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역시 전 씨 일가의 컬렉션이라는 이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옥션은 위탁자인 정부와 낙찰자 양쪽에서 각각 수수료를 받는다. 위탁자는 계약마다 수수료가 다르지만, 낙찰자에겐 K옥션이 13.2%, 서울옥션이 16.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