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수를 내다본 해석일까, 그냥 억측일 뿐일까.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한마디를 두고 여의도 정가가 시끄럽다. 사석에서만 오가던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불거져 나왔다. 친이명박계의 맏형으로 18대 국회에서 주류 핵심으로 있다가 19대 국회에서 친이계 비주류로 힘을 잃은 이 의원의 한마디는 충격파가 작지 않았다. 그래선지 몇몇 해석이 붙는다. 우선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재오 의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집권 1년 평가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고 다음 성공을 위해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정부가 집권 1년차에 잘했다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 남은 것은 정쟁뿐이고 정치개혁과 민생은 실종됐다. 기업도 연말에 성과가 없으면 사람을 바꾼다. 국가도, 당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많이 노력하고 애썼는데, 그럼에도 1년을 결산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지도부도 좀 성찰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양보할 사람은 양보하고 새롭게 다시 이끌어가라고 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고 국민과 집권 여당에도 좋지 않나 생각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땜질하고 댓글이나 대화록, 이석기, 장성택 등 이슈만 생기면 달려들고 이렇게 해서 집권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를 두고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속이 다 시원하다.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후 많은 언론이 이 의원의 발언을 새누리당의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해석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선 관리형보다 전투형 지도부가 필요했는데 이 의원이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서청원 김무성 등 타천 당권주자가 바통을 이어받고 책임 있는 자세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새누리당이 건강한 여당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차기 국회의장직을 노리는 황우여 당 대표에게도 일찍 물러날 기회이기 때문에 솔깃한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의원의 퇴진론 발언이 차기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 신당행까지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이란 것이다. 여권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이 의원으로선 지금 새누리당에서 계륵 같은 존재다. 회의에는 참석해도 말이 안 먹히는 중진에 비주류다. 친이계는 다 흩어졌다. 이런 속에서 이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밑밥을 던졌다. 그게 바로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다. 그런데 이런 말을 누구도 새겨듣지 않는다. 그러면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명분이 쌓인 셈이다. 국회 과반을 확보한 집권 여당이 파행 국회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흘려듣는다면 이 의원으로선 탈당해도 무방하다. 이미 잃을 것이 없다. 무엇보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 당시 상처도 많이 입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