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완결 VS 정권 심판 6월 지방선거 대충돌
6월 지방선거 필승 전략으로 여권은 ‘인재 차출론’을,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여야 대표·원내대표들. 박은숙 기자
# 정치권, 지방선거 ‘올인’
오는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2012년 12월 대선 이후 1년 6개월여 만의 전국단위 선거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어 2014년 지방선거까지 승리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중앙정부와 의회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내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칠 기세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는 야권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안철수 신당이 최대 변수다. 지금 북한의 상황을 봤을 때 ‘북풍’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위해 어떤 카드를 내밀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 임기 초반이긴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해 표를 얻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월 24일 ‘2014년 지방선거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지방선거는 박 대통령 불통정치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대선 연장전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민생과 국민대통합에 대해 국민들이 평가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 역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가야 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지층 중복이 불가피한 안철수 세력과의 단일화 성사가 불투명한 까닭에서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모두 단일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과연 제1야당으로서 정권을 심판할 만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개인플레이’ 덕분에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준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친박 핵심 홍문종 사무총장은 “대선에서 이긴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에서 대선의 완결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기틀을 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대선 공정성 논란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는 새누리당 전략은 ‘인재론’이다. 계파와 이념을 초월해 지지율만을 근거로 공천해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정권 인맥이고, 정 의원은 한때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치인이다. 청와대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중에서도 당에서 원하면 언제든 ‘차출’할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여권이 그만큼 지방선거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 여야 권력지형 ‘꿈틀’
2014년 정치권 ‘키맨’은 단연 안철수 의원이다. 2011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안 의원은 2012년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대선 후보 자리를 다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지금은 신당을 창당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특히 안철수 의원 측은 ‘미니 총선’으로 불릴 7월 재·보선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 국회 내 입지를 마련코자 하고 있다. 안 의원 측 핵심 인사는 “창당이 목표가 아니다. 새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6월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7월 재·보선 역시 그에 못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의 이러한 움직임에 민주당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 지지층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몇몇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보다 뒤처진다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관계자들은 안철수 신당이 호응을 얻으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경우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친노와 비노 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정중동 모드였던 친노는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지난 12월부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세 결집에 나선 것이다. 비노진영 역시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주요 변수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 관계 설정을 놓고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는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 또는 단일화에 대해 비노보다 훨씬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 경계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듯한 기류다.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전당대회다. 황우여 대표 임기는 2014년 5월 14일까지다. 황 대표 후임을 둘러싸고 친박 주류와 김무성 의원 간 정면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대 시기 및 방법 등을 놓고서도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로열티’ 있는 당 대표를 원하고 있지만 현재 새누리당 분위기는 ‘할 말은 하는’ 대표를 선호하고 있다. 전대 결과에 따라 친박 주류 힘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의 이러한 재편은 차기 구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통령 집권 2년차부터 후계구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 정파들의 헤게모니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 민주당 내 친노-비노 갈등,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에 의해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잠룡’이 부상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 통진당 해산 심판과 ‘박의 운명’
지난 1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선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위한 준비기일이 열렸다.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예상대로 정부와 통진당 대리인들은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향후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서 벌어질 치열한 공방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6일 정부는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통진당 해산 심판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진은 통진당 의원들의 침묵시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선 헌재의 해산 심판이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 접수 후 180일 안에 최종 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상 2014년 상반기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진당 해산 심판은 모든 이슈를 함몰시키며 선거의 판도를 좌우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게 확실시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헌재가 선거 전에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데 공감을 나타낸다. ‘180일 규정’은 강제력이 없는 훈시일 뿐 아니라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그동안 처리 기한을 재량적으로 조절해 왔기 때문이다. 한 현직 판사는 “통진당이 지방선거에서 분명 후보를 낼 텐데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지가 관건이다. 국민들로부터 표를 많이 받는다면 헌재가 정부의 심판청구안을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이 지방선거 또는 재·보선 후에 나온다면 해산 심판 절차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통진당으로 인해 야권 표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이 만에 하나 남측을 도발한다면 통진당 사태와 맞물려 박근혜 정부가 ‘북풍’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또한 이념 논쟁이 격화될수록 중도 성향과 젊은 층 유권자의 정치 혐오 현상이 강화돼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통진당 해산 심판 절차는 야권에겐 악재가 될 전망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