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회사는 최룡해가 식당은 김여정이 ‘군침’
국내외에선 장성택이 쥐고 있던 유산·이권사업들이 어떻게 처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처형 직전의 장성택 모습. 사진출처=YTN 캡처
북한 내부와 접촉하고 있는 익명의 한 대북소식통이 장성택 처형 직후 기자에게 넌지시 꺼낸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성택 처형 내막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가 쥐고 있던 대외 이권사업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갈등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판결문을 통해 장성택 처형 이유에 대해 이미 “부서와 산하 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나라의 전반 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치려고 책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의 소식통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어떤 조직과 인물이 좋은 평가를 받고 권력을 향유하려면 이권사업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내느냐, 얼마나 큰 규모의 외화벌이를 충당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북한에선 돈줄이 곧 권력인 셈이다. 이는 해당 조직과 인물의 생존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기도 하다.”
장성택이 숙청 직전 자신의 이권사업 확장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분명 장성택 본인의 이권 확장을 위해 단순 비리를 넘어 특정한 조치를 취하다 김정은과 군부에게 발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단 장성택의 대외 이권사업과 관련한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곳은 ‘54부’, 즉 강성무역총회사다. 장성택 사후 54부의 이권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군과 당을 비롯한 북한 내 권력기관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성무역총회사는 중국과의 대외무역 사업의 중추 조직으로 여겨지며 광물자원 비롯해 다양한 대중 무역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강성무역총회사는 1980년대 북한의 군부가 조직한 기존의 매봉무역총회사 산하 외화벌이기구로 알려졌으며, 1990년대 후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관여하며 54부로 독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부터 강성무역총회사는 북한 내 외화벌이 핵심조직으로 거듭났고 현철해, 리명수 등 소위 말하는 북한 군부 실세들이 대거 참여했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는 아예 회사를 국방위원회 산하로 이관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여정.
이처럼 장성택의 유산으로 남은 강성무역총회사는 북한 권력조직의 최대 전쟁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내부와 접촉하고 있는 대북학술기관 NK지식인연대 측은 최근 북한의 2인자이자 군 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이 강성무역총회사를 자신의 조직인 군부 총정치국으로 이관해줄 것을 김정은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룡해는 명목상 군부 무장장비 현대화를 위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그 내막에는 군부 조직 강화 및 자신의 권력 기반 확충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를 쥐고 있었던 북한 당 조직이 이를 순순히 내놓을 가능성은 적은 데다 김정은 역시 당과 군의 균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갈등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외화벌이에 큰 몫을 차지하는 ‘해당화 사업권’ 역시 그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다. 해당화 사업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해외 한식당과 숙박업소 사업을 말한다. 이 사업 역시 장성택이 관여했지만, 사후 그 이권 행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현재 이 해당화 사업권은 김정은이 직접 관여하는 당 ‘39호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여동생 김여정이 몸담고 있는 당 재정경리부 지도국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해당화 사업은 현지에서 직접 외화를 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이권사업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장성택이 당 행정부에 두고 관여하던 라선지구의 특구개발사업 및 산하 합작기업들, 북한 내 석유무역권을 담당했던 ‘조선석유상사’, 북한의 3G 모바일 사업을 이끌었던 ‘고려링크’ 등 알짜배기 사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겉으로 드러난 대외 사업권 외에 장성택이 남긴 비자금 등도 그 귀속 권한을 두고 북한 내 권력조직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은 “향후 북한 내부에서는 장성택이 관할하던 사업권과 자금원천을 두고 조직 간 경쟁이 있을 것이다. 이 사업권이 어느 조직과 인물에게 이관될지를 지켜보는 것은 올해 북한의 권력 개편 과정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