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짜리 밀폐공간서 술+담배+섹스까지
룸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미성년자도 출입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밤거리에서 만난 10대들은 “친구들은 가지만 나는 간 적 없다”거나 “고등학생이 아니다” “우리는 공부만 열심히 했다. 이번에 명문대에 합격했다”라며 마음의 문을 닫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렵게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박 아무개 양(16)을 만났다. 박 양은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으로 어린 외모를 커버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박 양은 “멀티방에서 술도 마시고 생일파티도 한다”며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아서 좋다”고 답했다. 신분증 제시 요구는 없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가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멀티방은 지난해 8월부터 ‘청소년유해환경업소’로 지정돼 미성년자의 출입이 전면 금지 됐다. 그러나 12월 31일~1월 2일까지 3일간 서대문구내의 멀티방 여러 곳을 대상으로 ‘뻗치기’(잠복)를 한 결과, 미성년자들을 출입시키는 업소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멀티방을 이용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새내기 대학생 커플이었다. 성인 커플은 한 쌍도 없었다. 그러나 짙은 화장에 사복으로 신분을 위장한 고등학생 커플들도 비교적 쉽게 눈에 띄었다.
멀티방은 지난해 8월부터 청소년유해환경업소로 지정돼 미성년자의 출입이 전면 금지 됐다. 그러나 단속 부실로 여전히 그곳은 가출 청소년들의 비밀 아지트다.
지난 2일에 찾은 신촌 소재의 한 룸카페엔 빈방이 한 곳도 없었다. 15분 정도 기다려서야 겨우 방이 났다. 불투명 창문은 블라인드로 모두 가려 놨고, 커튼 대신 잠금 장치가 없는 문을 설치해 놨다. 심지어 맥주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이 주로 찾느냐는 질문에 업주는 “80% 정도가 커플이고 나머지 20%가 친구와 함께 오는 여성들이다. 남자끼리 오는 경우는 1% 정도인 것 같다”면서 “요즘은 남는 방이 없다. 날씨가 춥거나 더울수록 더 영업이 잘 된다”고 자랑했다.
이어 그는 “카페에 가면 테이블과 소파 등 1평 남짓한 공간을 제공받는다. 남들 시선도 신경 쓰인다”며 “여기에 오면 2평 정도의 공간에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쉬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풍 인테리어로 정성껏 꾸며놓기는 했지만 내부 모습은 흡사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시원을 연상시켰다. 만에 하나 화재가 난다면 큰 혼란이 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행히 해당 룸카페는 화재시 피난로를 확보해 두었고 방마다 화재경보기와 비상조명등을 구비해 놓았다.
기자가 돌아다니면서 본 멀티방 및 룸카페 중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창문을 설치해 놓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어느 곳이나 입구에서부터 담배 냄새가 강하게 풍겨 나왔고 복도는 좁고 어두웠다. 방 안에 설치된 컴퓨터 안에 음란물이 저장돼 있는 곳도 있었다. 술을 가방에 숨겨서 들어가면 사실상 막을 방법도 없다. 대부분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에 저렴한 곳은 시간당 8000원 짜리도 있어서 10대들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특히 자정부터 이른 아침까지 야간정액제라는 이름으로 할인을 실시해 오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DVD방으로 허가를 받고 침대와 욕실을 설치해 버젓이 멀티방으로 변종 영업하는 곳도 있었다. 현행법에서 DVD방은 숙박업이 아니므로 침대나 욕실은 위법이다. 이곳에선 옆방의 게임 소음이 고스란히 들렸다. 사실상 모텔과 다름없는 외양이었으나 청소년도 거리낌 없이 출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은 단속 의지가 없고 관련 법규상 단속 근거도 희박하다. 서대문경찰서의 생활질서계,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로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해서 내세우다가 경무계로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 황윤주 상담사는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놀이 문화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그런 공간에) 아이들이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된다. 돈을 지불하고 폐쇄된 공간 안에 들어가 정형화된 놀이를 즐기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먹고 TV 보고 게임하고 쉴 수 있는 자기들만의 아지트인 셈이다. 놀러갈 곳이 없다 보니 멀티방엔 가출 청소년뿐 아니라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 아이들도 간다. 공동체가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미 프리랜서
룸카페 단속법은
10대 출입 막을 ‘법’ 없다
겨울방학을 맞은 10대를 대상으로 멀티방이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관계 기관은 적절한 입법과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10대들에게 멀티방은 음주 흡연 성관계 등 각종 일탈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멀티방은 최초에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분류됐으나 불법 개조된 멀티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2012년 11월 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변경됐다. 멀티방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숙박기능 제공 금지 △화장실, 욕조 비치 금지 △침대형태의자나 3인용 이상의 소파 비치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새해부터는 복합영상물제공업이 또 다시 ‘다중이용업’에 포함됐는데, 이것은 피난유도선 설치 의무화 등 소방안전 관련 규정일 뿐 청소년보호 입법과는 무관하다.
한편 멀티방의 변종 영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룸카페는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 일반음식점은 식품위생법상 방에 잠금장치 설치가 금지되는데 이를 준수하는 룸카페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대체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또다른 변종공간이 생겨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미 프리랜서
10대 출입 막을 ‘법’ 없다
겨울방학을 맞은 10대를 대상으로 멀티방이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관계 기관은 적절한 입법과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10대들에게 멀티방은 음주 흡연 성관계 등 각종 일탈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멀티방은 최초에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분류됐으나 불법 개조된 멀티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2012년 11월 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변경됐다. 멀티방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숙박기능 제공 금지 △화장실, 욕조 비치 금지 △침대형태의자나 3인용 이상의 소파 비치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새해부터는 복합영상물제공업이 또 다시 ‘다중이용업’에 포함됐는데, 이것은 피난유도선 설치 의무화 등 소방안전 관련 규정일 뿐 청소년보호 입법과는 무관하다.
한편 멀티방의 변종 영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룸카페는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 일반음식점은 식품위생법상 방에 잠금장치 설치가 금지되는데 이를 준수하는 룸카페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대체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또다른 변종공간이 생겨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