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출마 권유 다른 뜻 있다고?
정몽준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권 내에서 서청원 의원 입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 의원은 현재 차기 당 대표와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 모두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차기 당권 경쟁에서 김무성 의원에 맞서 승산이 있는 사람은 서청원 의원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무성 의원 외에 당권을 잡을 만한 이는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원내대표, 그리고 이완구 의원 정도가 있다”면서 “최경환 의원은 철도파업과 쪽지예산 논란으로 리더십 부족이 지적됐고 수도권에 소구력이 없다. 이완구 의원은 아직 충청권 맹주라고 하기는 부족한 느낌이다. 결국 친박계에서는 서청원 의원이 나서기를 바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서 의원 측에서는 김무성 의원과 당권 경쟁이 격화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도동계 후배인 김무성 의원과 ‘맞짱’은 피하겠다는 이야기다. 2002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차떼기 사건, 2008년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 등이 다시금 거론되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청와대까지 나서 출마를 권유할 경우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권이 아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다. 황우여 대표 역시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친박계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황우여 대표가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원내대표를, 그 해 대선 때는 당 대표와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승리에 공헌한 측면이 크다”며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그 공을 인정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5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는 홍문종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인 이주영 의원, 그리고 남경필 의원으로 압축되고 있다. 앞서의 보좌관은 “청와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김무성 당 대표-남경필 원내대표 그림이다. 서 의원이 홍문종 사무총장이나 이주영 의원을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역할론도 부담이다. 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핵심에서는 ‘수도권 필승 카드’로 서울시장 정몽준, 경기지사 김문수, 인천시장 황우여 후보를 적극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서 의원은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지사를 만나 재출마를 강하게 권유했지만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황우여 대표 역시 인천시장 출마를 고사한 상태다.
정몽준 의원을 후보로 내세워 서울시장을 탈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그 진정성에 있어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비울 경우 서 의원의 아들이 이어받을 수 있다는 뒷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동작구는 서청원 의원이 5선을 했던 곳이다.
서 의원의 장남인 서동익 씨는 현재 청와대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 씨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뒤 미 하원의원 비서로 일한 국제통으로 꽤 알려졌는데, 귀국 이후에도 국회의원 보좌관을 두루 거치며 전형적인 2세 정치인 전철을 밟고 있다.
기초의회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서 의원의 정치 행보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데 있고 또 하나는 의미 있는 자리에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에 있다. 나머지 하나는 아들을 2세 정치인으로 키워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여러 관측에 대해 서청원 의원 측은 “향후 행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김문수 지사 이외에 개인적으로 출마를 부탁하거나 권유한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