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실수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물러난 직후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동아일보 폐간’ 운운한 것 때문에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내내 시달렸다. 이 일로 노 대통령은 이후 술자리마다 “소주 두어 잔 먹고 말 실수하는 것이 내 특기”라며 멋쩍어하곤 했다.
청와대 내의 취중 실수는 역시 유인태 정무수석이 가장 많은 설화를 낳고 있다. 유 수석은 지난 4월7일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명문대생은 허튼 짓만 하지만, 상고 출신은 평생 반까이(만회)하려고 학구열이 높다” “박지원 실장이 인수위 시절 특검만은 안된다고 하더라” “나라종금 비자금이 2백30억원이나 된다면 이놈 저놈 걸리지 않겠나” 등의 예민한 발언을 마구 쏟아내 구설수에 올랐다. 이 일로 한때 유 수석은 기자들과의 술자리를 당분간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역시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문학진 정무1비서관은 16일 자신의 지역구이기도 한 경기도 하남시 한 상가에서 한나라당 김황식 의원 비서 한아무개씨와 시비가 붙어 그의 얼굴에 소주를 끼얹은 것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이 일로 문 비서관은 문희상 실장한테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비록 취중 실수는 아니었지만, 1급 공무원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 술자리에서건 공석에서건 말투가 눈에 띄게 신중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노 대통령이 금주령을 내린 배경 역시 한 비서관의 ‘사고’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이 인사가 기자들과 술자리 중 관심사인 몇몇 자리의 내정자에 대해서 다소 앞서가는 발언을 했던 것. 이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고 대통령이 크게 노했다는 전언이다.
행정부처에서는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술자리 실수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윤 부총리는 장관 임명 직후 언론사와의 술자리에서 이른바 ‘5-5-3 학제 개편’ 발언을 한 것이 크게 문제가 됐다. 윤 부총리의 최근 행보 역시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당에서는 정대철 대표가 한 차례 사고를 쳤다. 노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 발표가 있자 정 대표는 김원기 고문, 이상수 총장 등 당직자들과 통음,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문희상 실장과 유인태 수석에게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감]
대통령실 압수수색 나선 경찰, 경호처에 막혀 진입 실패
온라인 기사 ( 2024.12.12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