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가 처음 으로 명륜동 자택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자리에 노 후보는 ‘군주(임금의 술)’라는 전 통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 ||
두주불사형인 유인태 정무 수석은 소주 2병. 소주 2병은 너끈히 되고도 남는 고건 국무총리는 소주 1병이 자신의 주량이라고 겸손을 보인다. 맥주 1컵이라고 하면 ‘아, 소주 1병쯤’으로 짐작하면 될 듯.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금주령을 내린 후 정권 실세들과 기자들의 술자리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인사동, 안국동, 여의도 등의 술집에는 여전히 빈 술병이 뒹굴고 있다.
“술문화?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청와대 분위기는 ‘어떻게 하면 기자들을 재미있게 해줄까’ 하는 것이 관심사였다. 박지원 당시 비서실장은 일주일에 한 번, 수석들도 최소한 2주일에 한 번꼴로 기자들과 폭탄주를 돌렸다. 심지어 점심때도 술 없이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점심은 설렁탕 한 그릇으로 끝. 수육은 시킬 필요도 없다. 소주를 안 마시니까. 퇴근 후에도 기자들과는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다.”
요즘 청와대 내 음주문화에 대한 한 비서진의 설명이다. 이 비서는 지난 김대중 정부 말기 무렵 청와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전·현 정부의 달라진 모습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본인도 술을 꽤 즐긴다는 그는 “그래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어쩌겠는가. 기자들과만 안 마시면 되지. 직원들끼리 또는 다른 친구들끼리 한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금주령 속에서도 여전히 주당들은 술을 찾기 마련인 셈이다.
▲ 유인태(왼쪽), 문희상 | ||
현재 청와대 내 대표적 ‘주당’으로는 역시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주량은 지인들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게 정설. 문 실장은 앉은 자리에서 소주 3병 정도는 가볍게 해치운다. 그래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서실장에 임명된 후에는 의식적으로 술을 피하거나, 어쩔 수 없는 자리에서도 소주 1병은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수석 역시 말술이다. 청와대 한 비서는 “유 수석은 청와대 ‘술상무’로 통한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도 알면서 모른척 눈감아주는 정도라고 한다. 유 수석의 주량을 단순히 소주 몇 병으로 수치화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도 있다. 대낮에도 폭탄주를 음료수 마시듯이 한다고 한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의 술 실력도 굉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대외적으로 밝히는 공식 주량은 맥주 2병이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평. 정 보좌관은 최근에도 호남 지역 언론 기자들과는 자주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언론계 출신 비서진들은 여전히 센 술실력을 자랑한다. 이해성 홍보수석을 비롯, 문학진 정무1비서, 안봉모 국정기록비서들이 소주 2병은 가볍게 해치우는 주당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주량은 소주 1병이지만, 역시 술을 꽤 즐기는 인사들로는 반기문 외교보좌관, 박재호 정무2비서, 윤훈렬 행사기획비서 등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 고건(왼쪽), 김진표 | ||
주량 감추기 현상은 행정부처도 마찬가지. 현재 공식 주량만 놓고 따져볼 때 내각 최고의 주당은 단연 김진표 경제부총리. 그의 주량은 소주 5병, 폭탄주 30잔 정도로 부처 내에서는 알려져 있다. 그것도 어림잡은 추정치. 이런 김 부총리가 최근 거의 술을 안 마시고 있다고 한다.
김 부총리 다음으로 애주가는 고건 총리다. 고 총리가 밝힌 공식 주량이 소주 1병인데, 이에 대해 오랜 술친구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병도 병 나름이지. 2홉들이 소주가 아닌 됫병으로 1병이겠지”라며 껄껄 웃는다. 고 총리는 최근에도 기자들과 몇 차례 제법 많은 양의 술잔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항간에는 ‘청와대에는 유 수석, 행정부처에는 고 총리가 실세’라는 말도 나돌았다.
정세현 통일부, 김두관 행자부 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등이 소주 1~2병 이상의 주량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화감독 출신의 이창동 문광부 장관은 ‘골초’지만 술은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영관 외교, 진대제 정통부 장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 학자 및 정통관료 출신들은 맥주 1병 정도로 자신의 주량을 밝히고 있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의 경우 아예 직원들에게 “주종은 소주, 주량은 n-1(술자리 인원보다 한 병 적게)로 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와 당정을 통틀어 여성 관료 중에서는 최고의 주당으로 통하는 강금실 법무장관 역시 최근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강 장관의 변호사 시절 주량에 대해 소주 1병에 폭탄주 5잔 정도로 평가한다.
한편 민주당에는 정대철 대표가 소주 3병 정도의 주당으로 통한다. 김원기 고문, 이상수 사무총장 등도 맥주 1병으로 밝히고 있으나 실제론 더 마신다는 전언. 천정배, 신계륜, 신기남 의원 등 노 대통령 측근들의 주량도 공식적으론 소주 1병이지만 한 번 작심하고 마시면 주당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