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분=이재명 의혹’ 재부상…여당 공소취소 움직임 맞물려 주목, 국힘 “언론 탄압”

이 대통령은 “대장동 녹취록에 있지도 않은 ‘그분’ 이재명을 창조하여 보도함으로써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낙선시키고 대한민국 역사를 바꿨다”면서 “이로 인해 나라는 후퇴하고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후과는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을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라면서 “다시는 권력기관과 언론에 의한 대선 조작으로 역사를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사는 2021년 10월 동아일보 보도로 추정된다. 당시 동아일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소개했다. 보도엔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과 관련해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포함됐다. 보도엔 ‘그분’이 누구인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2021년 10월 12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김만배 씨는 ‘녹취록에서 언급한 그분은 누구냐’는 취재진 질문에 “천화동인 1호는 의심할 여지없이 화천대유 소속이고, 화천대유는 제 개인 법인”이라면서 “더 이상 구 사업자 간 갈등이 번지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분 발언’을 하긴 했다는 것으로, 변호인 측 입장과는 달랐다.
같은 날 오후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가 장시간 (검찰) 조사로 피곤한 상태에서 질문을 착각해 말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2022년 제20대 대선 기간 대장동 사건을 두고 여야는 공방을 벌였고,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승리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그분 논란’은 지속됐다. 2023년 1월 ‘뉴스타파’는 1325쪽 분량 녹취록에 김만배 씨의 “그 절반은 그분 것”이란 발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 보도를 했다.
그 가운데, 2023년 3월 27일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는 ‘2023년 한국신문상 수상작 선정’을 공지하며 ‘그분 발언’을 다룬 동아일보 보도를 뉴스취재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대장동 관련 이슈는 전 언론이 치열하게 취재 경쟁을 벌인 분야였지만,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파괴력 있는 팩트를 발굴한 동아일보가 단연 인상적이었다”는 평가했다.

사회자가 ‘당시 해당 보도로 기자상 받은 매체들도 있는데 지금 사과나 정정보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의원은 “그렇다”면서 “그건 진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허위, 명백한 가짜뉴스였다”고 답했다. 그는 “그 소스를 누가 줬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의원 발언 이후 정확히 일주일 뒤 이재명 대통령 소셜미디어 글이 게재됐다. 이 대통령 글은 김 의원 인터뷰 내용과 상당히 흡사한 흐름을 띠고 있다. 앞서 국조특위는 ‘그분 발언’ 보도 기자 중 2명을 4월 28일 국조특위 종합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다 철회하기도 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4월 24일 TBS라디오 ‘봉지욱의 봉인해제’에 출연해 “지금은 기자의 취재원 보호권이 증언 거부 사유가 안 되기 때문에 어떤 검사에게 들었나, 그걸 좀 명확히 들으려 했다”면서 “진술을 거부하면 위증, 증언 거부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증인을 세우려 했었는데, 전체적인 국조특위 기조가 ‘마지막은 이제 좀 정리하는 내용으로 가자’고 해서 철회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매우 아쉽고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SNS를 두고 ‘언론 탄압’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월 24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장동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한국신문상을 반납하라’며 노골적인 언론 탄압에 나섰다”면서 “국민 전체를 향한 침묵 강요”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한국신문협회가 수여한 한국신문상은 권력 감시와 공익적 보도를 장려하기 위한 상”이라면서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 보도를 ‘조작’이라고 단정하고 수상 취소까지 요구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자 심사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그 언론을 향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을 반납하라’, ‘보도를 정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압력’이며 의견이 아니라 ‘권위에 의한 명령’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그토록 떳떳하다면 권력 뒤에 숨어 악랄한 언론 탄압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재판을 받으시라”면서 “언론사에 상을 반납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이 대통령 본인이 권한을 내려놓고 재판을 받는 것이 국민 앞에 마땅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미 정권을 잡은 상태이고, 지지율도 높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런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냐는 데엔 의문이 든다”면서 “이미 국조특위에서 비슷한 취지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데 당사자가 등판해 ‘그분’ 의혹을 ‘그분 이재명 진실공방’으로 키울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조특위에서 다루는 다양한 사건들이 그렇듯이, 이미 국민들 머릿속에서 한 차례 잊혔던 일을 다시 끄집어내 복습시키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한 것은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