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학군 포기할 판… ‘맹모’들 울상
김 씨가 체감한 것처럼 전국 전셋값 상승 기세가 새해 들어서도 꺾일 줄을 모른다. 한국감정원 분석에 따르면 1월 10일 기준 전국 전셋값은 72주째 상승했다. 1년 6개월 연속 전셋값이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 학기를 앞둔 1~2월은 학군을 따라 움직이는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상승한다. 그런데 올 초 상승폭은 평년의 몇 배에 달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6일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연말 대비 0.17% 오르면서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도권은 1주일 동안 0.22%나 올랐다. 2012년 1월 첫째 주는 전셋값이 마이너스(-)로 오히려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기간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는 벽두부터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다.
실제로 해당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학군수요가 많은 강남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위주로 전셋값이 크게 상승했다. 양천구 목3동 ‘롯데캐슬위너 전용 84㎡’는 지난 12월 중순 4억 4000만 원에서 현재 4억 8000만 원으로 4000만 원이나 뛰었다.
강남 대치동 아파트들은 학군 수요 증가로 중소형도 대부분 몇 천만 원씩 올랐지만 전세 물건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학군수요 증가로 전세 재계약기간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는 것도 겨울 전세난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대치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1~3월에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곳이 많아 전셋값이 오르긴 해도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라도 살던 집을 그대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 물건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즉 ‘강남3구’는 겨울철이면 학군수요와 봄 이사철, 입주 2년차 재계약 시점이 맞물리면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다”며 “다만 현재는 전세 품귀, 매매기피 현상이 커져 전셋값 상승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전세대출금 확대 등도 전세수요자들이 줄지 않는 이유다.
다행히 올해는 전셋값이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로 ‘집을 사자’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서울 강북권, 수도권 신도시 등 저가 아파트 위주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인근 월드부동산 공수진 사장은 “전셋집 보러 왔다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지난 연말부터 꽤 늘었다”며 “정부가 취득세를 낮춰주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는 입주 예정 물량도 늘어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인 2013년보다 32%나 증가한 총 22만 6239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입주 아파트는 17만 990가구에 그쳤다. 특히 올해 수도권은 지난해보다 약 6% 많은 총 7만 8538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어서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전세시장을 다소 안정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상승률 1.5%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4.7%와 비교하면 다소 안정된 수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1.9%로 전망했고, KB경영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모두 올해 전셋값 상승폭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수도권 전세시장은 여전히 전셋값 상승, 물량부족 현상에 시달리겠지만, 여기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매매나 월세로 돌아서 하반기에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셋집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은 이 전망이 맞길 바랄 뿐이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