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독선 탓에 ‘국민비호감’ 낙인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 퍼스트레이디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
이에 대해 몇몇 정치 논객들은 올랑드가 이런 강압적인 트리에르바일레에게 점차 짜증을 내기 시작했으며, 바로 이 때문에 18세 연하의 여배우와 바람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독선적인 성격과 함께 거만한 태도 역시 그녀가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이유이기도 하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자신이 다른 기자들과는 격이 다른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올랑드의 측근들은 이런 그녀를 가리켜 ‘공작부인’이라고 비꼬아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정치 스캔들’을 뒤쫓던 기자에서 다섯 명의 경호원을 거느린 퍼스트레이디가 된 신분 상승 스토리는 그녀의 전매특허인 ‘심술궂은 성격’과 함께 야망과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꼬집었다.
트리에르바일레가 올랑드의 전부인인 세골렌 루아얄에 대해 얼마나 적대감을 품고 있는지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랑드와 두 여자, 즉 올랑드와 루아얄, 그리고 트리에르바일레의 삼각 관계는 지난 200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랑드의 대학 동창이자 30년 지기 동거녀였던 루아얄은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으며, 이런 파트너를 위해 그때만 해도 무명 정치인이나 다름없었던 올랑드는 외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루아얄은 사르코지에게 참패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올랑드와 루아얄의 추악한 이면이 속속 드러났다. 행복하게 보였던 가족 이미지는 모두 대선을 위해 꾸민 연극이었으며, 둘은 적어도 2년 전부터 이미 별거에 들어간 상태였다.
올랑드가 2005년 무렵부터 트리에르바일레와 교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웬만한 스캔들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프랑스 국민들 역시 이때만큼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다이애나비가 방송에 출연해 “우리 결혼생활에는 세 명이 존재한다”라고 밝힌 이래 가장 충격적인 삼각관계라는 반응까지 나왔는가 하면, 대표적 좌익 성향인 <리베라시옹>마저 올랑드를 가리켜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2007년 대선 직후 트리에르바일레와 동거를 시작했던 올랑드는 2010년 둘 사이를 공식 시인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당당하게 함께 엘리제궁으로 입성했다. 하지만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있던 올랑드는 내내 피곤했다. 특히 공개적으로 루아얄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던 트리에르바일레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가령 독선적인 성격의 트리에르바일레는 대선 기간 동안 올랑드의 측근들에게 “선거 인쇄물에서 루아얄의 사진을 전부 제거하라”고 명령했다가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으며, 루아얄과 올랑드가 헤어졌다는 표현을 정확히 하지 않는 동료 기자들에게는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한번은 <파리마치>의 한 동료 기자가 “루아얄-올랑드 커플의 아들”이라고 표현하자 격분했던 트리에르바일레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헤어진 루아얄-올랑드라고 해야지!”라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루아얄과 트리에르바일레 사이에 트위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당시 라로셸 지방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던 루아얄을 의식했던 듯 트리에르바일레는 보란 듯이 상대 진영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루아얄은 “독 묻은 칼에 등을 찔린 격”이라고 말하면서 “배신자는 반드시 배신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해 비난했다. 공식적으로 루아얄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올랑드 역시 모욕감을 느꼈던 것은 물론이었다. 당시 프랑스 총리는 “당신 자리를 알라”며 트리에르바일레를 비난했으며, 프랑스 언론은 올랑드를 가리켜 “기센 두 여자 사이에 낀 한 남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은 볼썽사나운 이번 막장 드라마에서 가장 위선적인 사람은 바로 트리에르바일레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사생활 보호법 운운하면서 자신에 대한 사생활 보도를 일절 금지했던 그녀가 정작 <파리마치> 정치부 기자 시절에는 프랑스 고위층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은 그야말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