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최음제’들. 일반인 들도 접근이 쉬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 ||
이들 신종 최음제 중에는 유럽국가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것도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이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최음제 가운데 ‘랜○○’라는 제품은 외국에서 ‘강간약’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강한 환각성과 흥분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은밀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최음제들의 실태를 알아본다.
지난 4월 중순 생일을 맞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서울 강남의 B나이트클럽을 찾았다는 윤진희양(가명·20). 자신의 말로 ‘한 몸매’한다는 그녀는 단연 그 날의 ‘퀸카’로 꼽히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연방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부킹을 다니던 윤양은 한참만에 룸으로 부킹을 가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내들이 권하는 양주 한 잔을 선뜻 받아마신 윤양. 몇 마디 이야기가 오고갈 즈음 윤양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한 두통이 밀려오는 것은 느꼈다.
분명 술기운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사내들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께에 얹혀 있다는 사실을 느낄 무렵 윤양은 공교롭게도 같은 룸으로 부킹을 들어온 친구의 도움으로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룸을 빠져 나온 윤양은 30분쯤 지나자 두통 정도가 아니라 숫제 심한 복통까지 느껴야 했다.
훗날 자신의 경험담을 밝힌 윤양은 “룸에서 그 ×들이 권하는 양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던 것 같다”며 “최음제나 수면제를 탄 것이 분명하다”며 분개했다.
▲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 최음제는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에서 사용돼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한 나이트클럽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 ||
한때 “최음제인 줄 알고 투약했어요”라는 인기 연예인의 발언 때문에 부쩍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최음제는 그동안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 암암리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음제로 유통된 이 약물들은 사실 돼지 발정제나, 혹은 기껏해야 ‘요힘빈’이라 불리는 초보적인 단계의 최음 효과를 띤 약물이었을 따름. 게다가 구입 자체도 용이하지 않았던 탓에 수요층도 유흥업소 종사자들 등 일부에 국한됐다.
그러나 최근 기자가 확인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실제 ‘최음제’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약과 물약, 크림제 등 복용방법에 따라 세분화된 이들 최음제는 그 종류만도 수십여 종.
예컨대 ‘○○ 에로티카’의 경우 ‘여성을 위한 제품(사실은 남성을 위한 제품)이며 여성을 환락의 세계로 몰고 가는 제품. 효과는 최음제와 동일하며 30캡슐 포장’이란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 있다.
이외에도 이 사이트에서는 스페인 딱정벌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 성관계를 원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는 흥분제 ‘스패니쉬 ○○○’ 등 수십 종의 최음제를 판매하고 있다.
이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게시판을 통해 1 대 1로만 판매한다는 ‘랜○○’라 불리는 약은 ‘강간약’이라는 별칭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다음은 수많은 랜○○ 관련 질문 가운데 하나.
‘랜○○라…. 처음 만난 여자와도 쉽게 할 수 있는 약이면 괜찮을 것 같군요. 여자를 기절시켜놓구 하고 싶은데…. 옷 벗기고 마음대로 해도 깨어나지 않는 건가요. 그리고 사용방법도 알려주세요.^^; 혹시 여자가 위험해지는 사태는 안 생기겠죠? 제가 꼭 한 번 벗기고 싶은 여자가 있어서요.’
▲ 최음제 판매 사이트의 게시판. | ||
‘랜○○가 강간에 쓰이는 약이져. 작은 병에 들어 있어서 이용도 간편합니다. 가격은 1백달러이며 운송비와 수수료 7달러 추가됩니다. 결제 방법은 홈페이지 내용을 참조하시고 페이팔 또는 아무 은행에 가셔서 저희 해외 계좌로 송금하시면 됩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례는 이 사이트를 통해 환각제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환각제를 원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운영자가 직접 올려놓은 글에게는 ‘W○○○ 레튜스’ 등 모두 4종류의 환각제가 버젓이 소개되고 있었다.
특히 ‘하와이언 ○○○○’의 경우 ‘음식에 섞어 먹거나 음료수에 타 먹습니다. 그냥 먹어도 가능하지만 강한 마약 LSD와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므로 과량 섭취를 금합니다. 환각효과는 6∼8시간’이라는 소개의 글이 실려 있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주문을 한 뒤 운영자의 해외계좌로 대금을 송금하면 운영자는 선물포장을 위장해 약을 보내준다. 웬만해서는 단속이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운영자는 또 “마약류로 지정된 약물을 제외한 제품의 경우 구매자가 사용한다고 해서 잡혀갈 일은 없다”며 사용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들 최음제나 유사 환각제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마약계에서는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중추신경에 작용할 수 있는 향정신성 약물의 판매는 적합한 처방에 의해서만 이뤄지게 돼있다”며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판매할 경우에는 분명한 불법이지만, 구입해서 복용하는 것 자체를 막을 만한 처벌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마약류퇴치운동본부의 윤현진 실장은 “최음제라고 규정된 약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대개 암페타민 등 마약류로 지정된 약물을 최음제로 교묘하게 이름을 바꾼 뒤 유통시키는 것이 보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