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패 따라 모 아니면 도!
왼쪽부터 김준기 동부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부CNI 주가도 리먼 사태 때보다 못해진 지 오래다. 시가총액도 채 900억 원이 안 된다. 김 회장 측 지분율이 50%를 넘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동부그룹의 지주사 격이라는 회사의 위상을 감안하면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다.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등 다른 주력 계열사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아, 대부분 최근 5년래 바닥권이다.
채권단의 협조 아래 한진해운까지 품기로 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주)한진 주가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가을 잠시 무너졌던 3만 원대를 힘겹게 지켜오던 (주)한진 주가는 2011년 가을 이후 단 한 번도 3만 원대 구경을 못했다. 이미 자회사인 대한항공만도 빚이 산더미인데, 한진해운이라는 또 다른 빚더미까지 떠안기로 하면서 그 부담이 (주)한진 주가에 고스란히 실리는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 주가도 ‘복지부동’이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부담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지만, 예전 최대주주이던 박삼구 회장이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시가총액 3500억 원인 금호산업은 시가총액 1조 원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를 빼면 껍데기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른바 회장님 주식들은 정상적인 투자판단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들의 기업 가치는 진행 중인 구조조정 성과와 채권단이 어떻게 빚을 정리해주는지에 달렸다. 결국 이들 종목들의 투자 기회는 구조조정 후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채권단에 손을 벌릴 처지까지는 아니지만 제대로 체면을 구기고 있는 회장님들도 있다. LG전자가 대표 격이다. 지주사인 (주)LG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오너 일가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음에도 주가는 6만 원마저 위태롭다. 2008년 10월에도 6만 5000원선은 지키던 LG전자였다. 그룹의 상징인 LG전자가 초라해지면서 (주)LG 시가총액은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구씨 일가의 (주)LG 지분율은 50%에 달하지만, 구본무 회장 형제들의 과점 체제다. 이론적으로는 1000억~2000억 원이면 차기 LG그룹 주인을 선택하는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
한때 LG와 동업관계였던 GS그룹의 처지도 비슷하다. 오너 일가들의 개인회사인 GS건설 주가는 최근 2만 원대로 무너졌다. 부실 수주가 금융 악재보다 더 큰 충격을 준 까닭이다. 2008년 10월에도 GS건설 주가는 4만 5000원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GS건설은 유상증자와 인터콘티넨탈호텔 매각 검토에까지 들어갔다.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오너 일가는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증자대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반면 홀가분한 회장님도 있다. 최근 KT 사령탑을 맡은 황창규 회장이다. 최근 KT 주가는 2008년 10월 수준과 엇비슷한 상태로, 사실상 바닥이다. 망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오는 3월 취임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의 처지도 황 회장과 비슷하다. 전임자인 정준양 회장의 과도한 투자로 포스코 주가는 2008년 10월 수준인 2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본인 탓이 아닌 까닭에 앞으로 주가를 높일 일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KT와 포스코는 민간기업임에도 정부가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한다”며 “경영의 독립성 등 시장경제 원리가 충실히 작동되지 않는다면 해당 업황의 부침에 편승하는 이상의 기업가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
무디스, 한국 증권업 비관적 전망
“앞으로 1년은 뭘 해도 어렵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증권사들에 대해 또 혹평을 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주식거래중개) 업무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향후 12∼18개월간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업무의 수입이 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수료 감소를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계속 돈벌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단정과 다름없다.
최근 증권업계가 금융당국에 건의한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도 별무신통할 것으로 평가했다.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늘려달라는 게 증권업계의 입장이다. 그런데 무디스는 이를 “새로운 위험요소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신용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무디스는 최근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및 경쟁력 보완 가능성도 일축했다. 증권사들이 당장 생존을 위해 M&A에 나설 필요는 없으며, 증권업계 통합 및 정리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과정이라는 전망이다. 당분간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 평가대로면 국내 증권사들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문을 닫는 게 낫다”면서 “그럼에도 90% 이상 회사가 사실상 적자인 요즘 증권업계 상황을 보면 밖에서 이런 시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최]
“앞으로 1년은 뭘 해도 어렵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증권사들에 대해 또 혹평을 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주식거래중개) 업무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향후 12∼18개월간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업무의 수입이 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수료 감소를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계속 돈벌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단정과 다름없다.
여의도 증권가 야경. 일요신문 DB
한 증권사 임원은 “이 평가대로면 국내 증권사들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문을 닫는 게 낫다”면서 “그럼에도 90% 이상 회사가 사실상 적자인 요즘 증권업계 상황을 보면 밖에서 이런 시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