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스 선입마 득세 ‘이변 아닌 이변’
최근 들어 이변을 일으킨 경주마 중에는 인코스 선입마와 단독 선행마가 많았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최근 들어 경주로 상태와 상관없이 빠른 흐름을 보이는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선행과 선입, 특히 인코스 선입마가 이변을 자주 일으켰다. 경마에서 가장 유리한 게 단독선행, 그 다음이 인코스 선입마라는 점에 비쳐보면 최근의 이변은 이변 아닌 이변인 셈이다.
토요경마 3경주에서 고배당을 터트린 4번 굿엑톤은 다른 선입마들에 비해 게이트가 유리했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변마였다. 게다가 주행검사 기록과 스피드를 분석해보면 어떤 인기마보다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상태였다. 최근 부진한 박태종 기수가 기승했다는 점만 유일한 약점이었다. 경마는 마칠기삼(말 능력 70%, 기수 능력 30%)이라는 말이 있듯 말의 능력이 더 중요한데 어찌된 상황인지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4경주에서 인기 최하위마(14위) 7번 비엔토갤러퍼의 반란도 선행으로 일군 것이었다. 이 경주에선 3번 투하츠의 선행이 유력시됐으나 투하츠는 중속이 그리 빠르지 않은 말이었고, 훈련도 부실한 데다 마필상태도 좋지 않았다. 비엔토갤러퍼의 선행 내지는 최소한 선입은 가능했던 편성이었던 셈이다. 실전에서도 투하츠가 조금 앞서가는가 싶었지만 이내 비엔토갤러퍼가 넘어갔었다. 5경주에 우승한 2번 무빙스토리도 단독선행이 유력했던 마필이었다.
토요경마의 압권은 8경주의 2번 명가통치였다. 위에서 거론한 마필들이 최근 성적이 안좋은 마필이라 베팅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 명가통치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 말이었을 뿐 객관적인 능력이나 최근의 성적도 가능성이 충분했다. 게다가 이 경주에선 이렇다 할 선행마가 없었기 때문에 선행이나 최소한 2선의 최적 전개(전문가들은 ‘꽃자리’라고 함)가 가능했다. 실전에서도 박태종 기수가 꾹 참고 2선 안쪽에서 힘을 비축하면서 따라간 뒤 막판에 역전승을 일궈냈다. 12경주의 2번 아침이도 똑같이 두 번째로 따라가며 가장 경제적인 레이스를 한 뒤 압도적인 인기마 12번 허스트캠프까지 따라잡고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요경마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경주의 4번 전농걸은 3위를 차지하며 삼복승 84.8배를 터트렸고, 3경주의 7번 금희도 선두력을 앞세워 2위까지 버텨냈다. 5경주의 2번 죽죽담양도 예상을 깨고 선행일순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8경주의 3번 라이언갤러퍼도 비교적 힘든 거리인 1400미터에서 선행으로 한 바퀴를 돌았다.
10경주에선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4번 명수재가 전개상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인기마들의 허를 찔렀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자 마지막 경주에선 거센 선두공방이 벌어졌다. 1번 황금탑의 오경환 기수는 초반에 처지면 선행마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3선에서 뛸 선입마를 강력한 선행작전으로 몰고간 뒤에 여유승을 거뒀다.
이처럼 최근 경마에서 이변을 일으킨 말들은 경마이론에서 가장 중시하는 단독선행마 또는 인코스 선입마들이었다. 이번 꽃샘 추위가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 선행·선입마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점을 한 가지 더 꼽는다면 초속과 중속이 느린 인기마는 입상 가능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순간 탄력이 부족한 추입마들, 예컨대 서서히 속도를 올리면서 앞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다 직선주로에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추입마들은 베팅에선 과감하게 제외할 필요가 있다. 선행마라 할지라도 중속, 즉 가속능력이 다른 말들에게 뒤진다면 위험한 인기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