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후 경남 사천 본가로 돌아온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한병관 기자
[일요신문] <일요신문>은 지난 18일, 정계 은퇴 후 본업으로 돌아 온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자택(경남 사천)을 찾았다. 농부로 돌아온 강 전 대표의 표정은 의정 생활 당시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간달프 수염’은 여전했다. 그는 기자에게 ‘강기갑 매실 대표’라는 직함의 명함을 건넸다. 요즘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강 전 대표는 2시간여 인터뷰 동안 현재 근황과 정치 현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정계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본업에 돌아왔다고 들었다.
“그렇다. 원래 임야가 좀 있다. 2만 1000평 정도 된다. 그중 7000평이 매실 밭이다. 산초나무와 가죽나무 같은 특용작물도 좀 짓고 있다. 원래 사천이 지리산 기슭이라 특용작물 농사를 꾀 짓는다. 나머지 1만 여 평은 밤나무 밭인데, 요즘 너무 노령화되고 타산이 안 맞아서 밤농사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웃음)”
―원래 의정활동 전 낙농업을 꽤 크게 했었는데.
“그랬다. 예전엔 젖소가 100마리나 됐다. 내가 국회에 가고 나서는 우리 집사람이 소를 관리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많이 어리다. (환갑을 바라보는 강 전 대표의 막내아들은 12세 늦둥이다) 집사람이 애 업고 새벽부터 관리를 해야 했다. 낙농은 원래 기술도 필요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2번 착유해야 한다. 낭만적이게 보이지만,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고된 일이다. 집사람 혼자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낙농업 자체도 어려워지고. 결국 싹 처분했다. 지금은 젖소가 한 마리도 없고, 퇴비를 만들기 위해 한우 2마리만 키우고 있다”
―지금 주 종목은 매실인가.
“그렇다. 예전부터 매실을 좀 심어 놨다. 보통 매실은 사천과 같은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서 잘된다. 철저하게 유기농법으로 짓고 있다. 유기농법을 하려면 사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9년 정도. 흙과 매실도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까. 내가 의정생활을 하면서 관리가 안 되고 하니까 매실밭이 자연스레 방치농 형태가 됐다. 그렇게 약도 안치고 하니까 자연스레 적응력과 면역성을 갖추게 됐다. 지금은 충(蟲)을 통제하는 천적과 향(香)만으로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조성됐다”
―하필 왜 매실이었나.
“좋은 먹거리 만들어서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 하는 것도 정치만큼 중요한 일 아니겠나. 내가 매실을 택한 것은 그런 측면이다. 육류, 설탕 과다 등으로 산성화된 우리 국민의 체질은 알칼리성 식품이 제격이다. 그래서 매실의 매력에 빠졌다. 돈벌이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장사는 잘 되시나.
“매실을 과일로 팔면 그렇게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그래서 매실 갖고 가공식품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 기존의 매실청, 매실고에 이어 매실 매아리, 매실잼, 칡조청 등 신제품을 개발해 네 댓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매실청과 매실고는 기존 고객이 좀 있는 편인데, 신제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러한 가공식품 유통을 위해 음력 설 이전까지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어느 정도 기반을 갖췄다”
―최근 원외 정치인들 중 협동조합 사업을 꾀 많이 진행한다. 현재 하고 있는 매실사업을 두고 협동조합과 연계지어 진행할 생각은 없나.
“지난해까지는 제품 계발에 정신이 없었다. 나 역시 앞으로 협동조합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통과 이전에도 농업에 있어선 농협이라고 하는 기존 형태의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농협은 지금 주객이 전도됐다. 싼 값에 예치금 받아서 농민들에게 비싸게 대출 시키고 이익을 발생시켜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않나. 농민 사업 잘 되도록 지원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농협에서 농민은 뒷전이다. 지금 농협 중앙회 건물 봐라. 어마어마하다”
―어찌됐건 기본법 통과 이후 협동조합의 길이 열렸다.
“그렇다. 내가 원내에 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협동조합 개혁법안이다. 이젠 기본법을 통해 대안경제체인 협동조합의 진입이 상당히 완화됐다.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소 우려스럽기도 하다. 현재 협동조합은 너무나 지원책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기반 하는 정신, 사상, 이념, 가치관이 차곡차곡 동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탈선 가능성이 많다. 자칫 기형적으로 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참여자들의 의식수준이다. 이 수준은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상생을 기본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정신, 공동체와 나눔의 정신이다. 이를 통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운영질서가 잘 갖춰져야 가능하다. 다만 현재 우리 농민들은 협동조합 정신이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학습을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이날 강기갑 전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 때문에 솥의 불 끄는 것을 잊어 호박엿 가공에 실패했다. 한병관 기자
―여전히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협동조합의 논란이 뜨거운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협동조합은 원래 자본주의와 성격이 다르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약점, 부정적 구조를 보완 내지 해결하기위해 나온 대안 조직이기 때문에. 보수진영 입장에선 굉장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 정신은 이기성을 배제하고 공동선의 가치관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재벌은 절대 협동조합 안 하는 거다”
―애초 기본법에 정치적 중립조항을 넣었다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인가.
“모순이다. 사실 협동조합 자체가 정치적 행위다. 유럽에선 협동조합 운동가들이 정치에 진출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협동조합은 정치 자유가 완전히 묶였다. 세계 협동조합 역사상 없는 일이다”
―정봉주 전 의원의 봉봉 협동조합에는 그의 지지자들이 조합원으로 다수 참여했다.
“그분은 그게 자산인 거다. 그것으로 유통을 해결한 거다. 시작부터 유통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거다. 지금 상당히 잘되고 있지 않나.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강 전 대표의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강기갑표 협동조합을 볼 수 있는 건가.
“내가 하고 있는 이 사업(매실 농업)을 모태로 주변 사람들과 모임하고 연락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
(강기갑 인터뷰, 2편에 계속됩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