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없어 만족” 우리보다 의연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김연아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점수는 심판들이 하는 거다. 내가 어떻게 언급해도 바뀔 수 있는 게 없다. 난 이번 대회 출전에 의미가 있었다. 내 은퇴 경기에서 실수 없이 마친 것에 만족한다”고만 했다. 사실 속이 안 쓰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21일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나왔을 때, 그리고 플라워 세리머니 등에서 표정 관리하느라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19년 피겨 인생을 살면서 피겨 약소국 선수로서 당했던 설움이 은퇴 무대에서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었다.
비트 이후 첫 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는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김연아다. 1992 알베르빌 올림픽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부터 2006 토리노 올림픽 아라카와 시즈카(일본)까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은퇴를 선언하고 다음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작은 사진) 2년 뒤 현역 복귀를 선언했고, 소치에서 올림픽 2연속 메달을 거머쥐는 위업을 일궈냈다.
소치까지 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김연아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밴쿠버 때와 달리 딱히 정해 놓은 목표가 없었다는 거였다. 4년 전엔 올림픽 금메달에 내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후엔 간절함이 밴쿠버 때보다 덜했다. 그래서 훈련 때 동기부여가 안 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김연아는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자신이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다고 밝힌 소치 올림픽 목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냈다. 국민들은 이제 그의 연기를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겨놓은 소중한 기억들은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김연아 덕분에 행복했다. ‘아디오스(안녕), 김연아!’
김현기 스포츠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