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점 없는 프랜차이즈 창업 불안한 까닭

‘이름값’ 믿었는데… 지원사격 왜 이래?

[일요신문]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독립 점포이거나 프랜차이즈거나. 그 중 프랜차이즈 간판은 모두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운영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직영점이고, 계약을 맺은 개인이 운영한다면 가맹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점포를 이용할 때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돈을 내는 만큼 제대로 제공받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라면 직영점과 가맹점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있어 직영점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 창업자들은 본사의 직영점 운영 등을 따져봐야 한다. 최준필 기자 [e-mail]

지난 2013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자 가구의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4가구 중 1가구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4분의 1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100조 원이 넘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해도 3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하려면 가맹비와 교육비를 내야하고 독립 점포에 비해 많은 인테리어 비용도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프랜차이즈에 대한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본사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방식을 가맹점에 적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없이도 쉽게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운영 노하우” 즉,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 대해 창업자들은 당연히 “다수의 직영점 운영을 통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상당수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영점이 아예 없거나 한두 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10월 권택기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1721개 브랜드 중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업체가 1113개로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조태민 가맹거래사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맹점 100개 이상 브랜드 중 직영점이 없는 브랜드가 154개 중 92개로 59.7%를 차지했고 직영점이 1개에 불과한 브랜드는 20개로 13.0%였다.

가맹점 수가 1700여 개인 주점 ‘투다리’는 직영점이 하나도 없고, 대형 치킨 브랜드 ‘페리카나’와 ‘비에이치씨(BHC)’ 역시 1000여 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직영점은 하나도 없었다. ‘비비큐(BBQ)’ 역시 1500개가 넘는 가맹점에 비해 직영점은 5개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있어 직영점은 본사의 수익창출 창구이면서 시범운영매장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런데 이러한 직영점이 없거나 직영점 운영 기간이 길지 않다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가맹점 성공 역시 불투명하고, 다양한 정보 획득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랜드를 론칭한 후 전체 240여 점포 중 직영점 6개를 14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의 말이다.

“직영점을 운영하려면 본사에 전담팀을 만들어야 하고, 직영점 개설 및 유지비용(임대료, 인건비, 식자재비 등)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정 수의 직영점이 있을 경우 시장에 갑작스런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직영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득이 된다. 직영점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장사까지 잘 안된다면 본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고민할 것이다. 현재 상당 수 브랜드가 새로운 창출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직영점 수가 많은 브랜드라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기존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현재 300여 점포를 운영 중인데 직영점은 단 하나”라며 “직영점을 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직영점 열었을 때 계산기 두드려보면 손해 볼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할 필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기자가 접촉한 직영점이 한 곳도 없는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는 “가맹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박은숙 기자 [e-mail]

직영점이 없다면 가맹사업에 더욱 집중해 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11년 10월 하나금융연구소에서 발표한 프랜차이즈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제과 제빵업은 2~3년 이내, 교육업 도소매업은 4년 이상, 외식업의 경우 4.6년 정도의 투자비 회수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평균 사업지속 연수는 3년 미만,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일반 외식업은 1.9년, 교육관련업은 2.3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투자비 회수를 제대로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조태민 가맹거래사는 직영점의 부재, 지나치게 짧은 교육 기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본 프랜차이즈와 비교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한 일본 유명 카레전문점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직영점이 250개, 가맹점이 943개다. 만두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 유명 브랜드는 직영점이 409개, 가맹점이 213개다. 도시락 체인의 경우 직영점이 1000개를 넘었고 가맹점도 1000개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1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 조항이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영점 운영 여부는 창업자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2009년 11월, 권택기 전 새누리당의원이 1년 이상 두 개의 직영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업체들에게만 가맹사업을 허가하도록 한 가맹사업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지난 18대 국회 임기 만료 전까지 통과되지 못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된 상황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