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군-내각 ‘장성택 잔당’ 제거하라
장성택이 처형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중국개 색출작전’이라 불리는 장성택 측근 제거 작업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진행중이다. 왼쪽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지난 1월 10일,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에 ‘내외의 원수들과 반당반혁명분자들로부터 자신을 결사옹위 하라’는 2014년도 총체적 작전계획을 하달했다. 김정은은 특히 ‘수령보위’를 강조하며 ‘중국의 개’를 잡아내기 위한 대대적 작전을 개시하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중국의 개’는 장성택과 합심하여 중국과 내통하거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당, 군대, 내각의 간부들을 의미한다. 이른바 ‘중국개 색출작전’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 내부에선 중국대사관 인사들을 비롯해 중국에서 활동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북한 내부에서 요직으로 꼽히던 중국 주재원 자리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위협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북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해 매년 1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여왔던 무산광산 책임자가 최근 철직(직위해제의 북한말)됐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죄목은 광산 기업소 내부의 부정부패와 뇌물수수지만, 사실상 장성택의 측근으로 낙인 찍혔다는 것. 이뿐 아니라 장성택이 깊숙이 개입한 나진·선봉 지대 고위급 책임자들이 평양으로 소환됐으며 평안남도 남포시의 시당위원장과 검열위원장도 비슷한 이유로 처형됐다고 전해진다.
군부 역시 심상치 않다. 장성택과 인연이 있는 일선 부대장들이 숙청의 주요 대상이다. 평안남도 맹산군의 한 부대장은 장성택과의 인연이 문제가 돼 총살됐으며, 평안북도에 주둔해 있는 8군단의 경우 최근 대대적인 인사 교체가 진행됐다. 이 역시 장성택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NK지식인연대 박건하 사무국장은 최근 몰아치고 있는 숙청 작업에 대해 “정말이지 철저하게 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일선 실무자들을 제외하고는 전방위 숙청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며 “이는 장성택의 2004년 당시 실각(2006년 복귀)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전과 다르게 철저한 숙청을 진행하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중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북-중 라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던 장성택과 측근 세력들이 장성택 사후에도 남아 있게 된다면, 중국이 이러한 잔존세력을 이용해 언제든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김정은으로서는 이러한 이유로 진행하는 장성택 색깔지우기 작업이 도리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건하 사무국장은 “장성택과 측근세력은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핵심라인이었다”며 “일단 말단 실무자들은 남겨 놓은 상황이지만,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당분간 이 자리를 메우고 김정은 자신만의 대중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서는 타격이 크다. 중국은 내색은 안하지만 내심 자기 사람(장성택)을 없앤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고갈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됐지만, 국제사회의 압박도 심해져 주종목이었던 마약, 무기거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에게 있어선 지금 상황이 딜레마다. 장성택을 부정부패와 경제파탄의 책임자로 몰아넣은 이상, 올 한 해 북한 주민들에게는 일정한 성과를 보여 줘야하는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장성택 처형의 타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방위 숙청 작업이 ‘발본색원’으로 결론 날지 아니면 ‘벼룩 하나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지는 김정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