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저쪽은 1번 우린 5번, 끙”
민주당 의원들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지도부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2월 19일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촉구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통합신당 발표 당일 민주당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는 계속 논의가 되고 있었지만 합당 문제는 한 번도 의총이나 공식적인 발언이 있었던 적은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이후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조용한 당 내부 분위기에 대해 대부분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하자는 의원들이 한 30% 정도 됐다. 나도 정당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도부에서 이미 결정한 것에 대해 대놓고 반대할 분위기가 아니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을 놓고 보면 대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귀띔했다. 무공천으로 기초의회를 포기하더라도 안철수 측과 창당을 하게 되면 그동안 경쟁을 벌여왔던 서울과 경기, 전라도 지역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좋은 선택인 것만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로 낮아진 민주당 지지율로 볼 때 새정치 이미지의 안철수 의원과 손잡는 것은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닐 수 있지만 자칫 기초선거는 ‘새누리당 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담당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공천으로 기호1번을 받고 우리는 무소속이 돼 5번 이후로 밀려 당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기초의원들뿐 아니라 의원을 돕는 지역의 권리당원들도 탈당하게 되는데 당의 세력 축소는 물론 당비가 크게 줄어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의 한 측근은 “기초선거는 버렸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방선거 준비를 해왔고 민주당 공천 영순위였다. 그런데 모두 무소속으로 나가게 됐으니 안 의원 측 사람들과 다시 합의를 해서 후보를 뽑아야 한다. 이것마저도 합의가 안 되면 모두 후보로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광역의원들도 공천을 한다고는 하지만 안 의원 측에서 5 대 5로 후보 낼 것을 원하니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부족한 안 의원 측 사람들이 공천을 받게 된다. 그러면 기호 1번인 새누리당에 패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