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제] 심신미약 40대 남자 현대판 ‘노예 생활’

전남 목포 - 판단능력이 미약한 40대에게 5년여 동안 농사일을 시키면서 단 한 차례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현직 공무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신안군 모 면사무소 계장 박아무개씨(55·신안군)는 지난 98년 5월 신안군 임자면의 한 마을에서 길을 배회하던 강아무개씨(46)를 만나 “숙식을 제공하고 1년에 4백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자신의 대파밭에서 일을 시켜왔다. 그러나 박씨는 1년에 수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도 강씨가 갈 곳이 없고 판단능력도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 5년여 동안 약속했던 임금을 주지 않았다.

건장한 체격의 강씨는 1만여평이나 되는 대파밭을 혼자 일구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 이웃집에서 구걸하는가 하면 잠도 비닐하우스에서 자야만 했다. 이웃 주민들은 강씨의 딱한 사정을 알긴 했지만 박씨의 신분과 마을의 분쟁 가능성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강씨의 딱한 사정은 한 피서객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5년여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강씨는 경찰이 지문을 조회한 결과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가족들에 의해 수년 전 실종 신고된 사람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약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악덕업주가 돼 인권을 유린했다”며 씁쓸해 했다. 목포경찰은 조만간 강씨의 가족을 불러 조사를 마친 뒤 박씨에 대해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