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명 낙하산” vs “허위 사실 급조”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집대성했다는 ‘친박인명사전’은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됐다.
‘친박인명사전’은 야권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의 작품이었다. 지난해까지 당내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았던 민병두 의원은 통합신당추진단 정무기획분과위원장으로 복귀해 창당 과정은 물론 64 지방선거까지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통합 신당’ 창당 아이디어를 처음 김한길 대표에게 제안한 것 역시 민 의원이었다고 회자된다.
민병두 의원이 발간한 친박인명사전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1년여 동안 공공기관에 임명된 친박계 인사 114명 명단이 실렸다. 새누리당 출신이 55명(48.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등 대선캠프 출신 40명(35.1%), 박 대통령을 지지한 단체 등 기타 32명(27.2%),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14명(12.3%) 순이었다(중복 포함).
의도는 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탕평인사’를 강조하며 선거공약으로 ‘낙하산,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권 분권화 추진’을 내걸었다. 또 당선인 시절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온 만큼 그동안 이를 잘 지켰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명단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화두로 꺼내든 공기업 개혁이 실상은 낙하산 인사를 투입시키기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친박인명사전에 따르면 부채 상위 25개 공공기관 가운데 친박 인사가 임명된 곳은 기관장 10곳, 감사 10곳, 이사(비상임 포함) 14곳이었다. 친박인명사전은 “공공기관의 개혁 추진 의지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인명사전엔 적잖은 오류가 발견돼 그 빛이 바랬다. 일례로 친박인명사전은 “조석 한전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대외협력특보였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조석 사장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차관 신분으로 새누리당 캠프 직함을 받아 활동했다면 명백한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이 된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한수원 관계자는 “조석 사장은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일한 사실이 없다. 잘못된 자료”라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도 “친박계 인사 500여 명을 일일이 추리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민병두 의원은 “친박인명사전 2탄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그런가 하면 친박인명사전에 오른 114명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노경상 축산품질평가원 비상임이사 △우태주 한국산업단지공단 비상임이사 △이성무 한국학중앙연구원 비상임이사 △이수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상임이사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임승빈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비상임이사 △조남춘 한국희귀의약품센터 감사로 확인된 사람만 7명이었다.
또 나승일 한국연구재단 비상임이사는 교육부 차관 당연직, 변승일 한국장애인개발원 비상임이사 역시 당연직으로 낙하산과는 거리가 있다.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끼워 넣은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명단에 담긴 인사 가운데는 친박이 아니라 친이계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허위 사실로 급조된 맹탕 사전을 내놓았다”라고 꼬집었다.
여권은 곧바로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민병두 의원이 친박인명사전을 공개한 그날 저녁 새누리당은 곧바로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149명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17대 총선 및 531 지방선거 낙선자(30명) △열린우리당 당료 출신(41명)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32명) △2002년 대통령선거대책본부 관련자(32명) △친노 인사(14명)가 그들이다. 새누리당은 “친박인명사전은 대다수가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이지만 참여정부 때는 전문성과 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공개한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149명이라는 것은 참여정부 5년을 총망라한 자료다. 그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1년 사이에 낙하산이 100명이 넘었다”며 “새누리당에서 발끈했다는 것이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것 아니냐. 공기업 개혁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을 외치는 집권여당이 제 식구 챙기기에 혈안이라는 것을 알리는 취지였다”라고 맞받았다.
한편 민병두 의원 측은 “시간이 지나면 2탄도 내놓을 것”이라며 “2탄이 나오면 현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늘어났는지 줄어들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