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도 불기 전에 샅바싸움 ‘시끌’
김재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 주요사항을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서 당내경선 없이 각 시도에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를 결정했다. 그만큼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입김이 반영될 소지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것도 중앙당에 휘둘렸던 지방선거 출마자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당공천 유지 입장으로 선회한 새누리당은 이를 보완하는 장치로 상향식 공천을 들고 나왔다. 총대선과 같이 ‘2:3:3:2(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 경선 원칙을 지방선거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상향식 공천제도 무제한 설명회’를 열어 대선 공약 폐기에 따른 민심과 무공천을 바랐던 당심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파열음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제주지사 경선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한 게 기폭제가 됐다. 100% 여론조사 방식은 원희룡 전 의원이 요구한 것으로, 원 전 의원은 당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30분 내로 불출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당이 원 전 의원 의견을 수용하자 지지자 1만 7000여 명을 이끌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던 우근민 제주지사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김재원 의원은 “당헌당규상 취약지역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을 수 있다. 제주지사 후보만이 아니라 전라북도지사 역시 여론조사 공천을 하기로 했다”며 특정 후보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제주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곳이기에 호남과 같은 취약지역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희룡 전 의원
기초의회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원 전 의원은 지난 2011년 당 대표 경선에 나왔다 4위로 주저앉아 결국 총선 때도 나오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그 당시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부탁에 응한 것이었다. 이번 제주시사 출마도 당 요구에 따른 것인데 지도부가 (원 전 의원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신당은 4월 이후에나 경선 룰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에 흡수될 운명인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당원 50%:일반시민 50%’ 방식을 선호했지만 이럴 경우 당원 규모에 있어 열세인 새정치연합 출신이 무척 불리해져 보다 유동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다.
새정치연합은 창당발기인대회에서 확약한 5대 원칙, △당내 기득권 최소화 △계파 정치 폐해 방지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책임 정치 수행 △민주화를 위한 분권 구조 △신진 정치세력의 참여를 돕고 새로운 리더십을 길러낼 수 있는 당 구조 만들기를 통합신당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 대의원과 당원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민참여를 넓히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공론조사식 배심원제’가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론조사란 양쪽이 같은 수로 모집한 선거인단에 두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지 후보를 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대비된다.
공론조사는 흔히 여론조사에 뒤진 후보들이 주장하는 방식이기에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현재 여론조사 수치상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김진표 의원에 뒤지는 경기지사 후보들 역시 앞 다퉈 공론조사를 내세우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경선 방식으로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후보를 판단하는 ‘숙의형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했고, 친노무현계 인사인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역시 ‘시민참여형 공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통합신당 창당을 합의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김창호 전 처장은 “경기지사는 구도 상 야권지지층을 확장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가까운 시민참여형 경선만이 대안”이라며 “지금 한 분은 전략공천을, 다른 한 분은 당원중심 경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필패한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취약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경선 룰은 당 결정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내심 전략공천에 희망을 걸고 있다.
통합신당 지도부가 공론조사를 수용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배심원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는다. 지난 대선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민주당 대의원 50%, 안철수 펀드 참여자 50%가 참여한 공론조사’를 제안한 이후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지리한 단일화 공방으로 지지층 점수를 잃었던 것이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새정치연합 쪽 인사는 “민주당 역시 기존 룰로는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개혁공천만이 살 길”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야권 전략통은 “새정치연합에서 경기지사부산시장과 함께 호남 한 곳에 새정치연합 쪽 후보를 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진짜 새정치가 목적이라면 계속 기득권 운운하며 전략공천 의사를 내비치는 김상곤 전 교육감부터 설득시켜야 할 것”이라며 “개혁공천이 최대한 민주당원을 배제하자는 것이라면 또 다른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