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준 고마워 중국 ‘한류바람’에 엔터주는 ‘봄바람’
#일본 넘어 중국진출 본격화
전지현 씨의 경우 소속사인 ‘문화공간’이 비상장이어서 증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반면 김 씨의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코스닥 상장사다. 덕분에 <별그대> 종영 이후 중국에서의 ‘도민준 열풍’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폭등했다. 키이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695억 원으로 전년대비 128.5%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28억 원 흑자에서 56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 급등에 힘입어 2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매출액의 3배, 자본총계(331억 원)의 6.6배 수준이다. 이미 ‘싸이 열풍’을 경험했던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YG엔터테인먼트’와 비교해보자. YG의 현재 시가총액은 매출액의 5.5배, 영업이익의 30배 정도다. 자본총계(1123억 원)의 5.8배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위부터 <별그대> 스틸컷, 키이스트 홈페이지, SBS콘텐츠허브 홈페이지.
<별그대> 효과는 올해 매출에 반영된다. 관건은 수익성. 최근 폭등으로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됐지만, 흑자전환만 된다면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결국 ‘도민준’에서 파생된 부가가치를 얼마나 더 창출해 내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1분기 실적이 주가 향배를 좌우할 전망이다.
<별그대> 판권을 보유한 SBS콘텐츠허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2032억 원 매출에 24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자본총계도 1512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 신고가 경신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4300억 원 수준이다. 매출대비 2배, 자기자본대비 2.8배, 순이익대비 15배 정도다. 올해부터 <별그대> 관련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최근의 SBS 드라마 인기행진이 이어질 경우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하며, 주가를 견인할 수 있다.
진흥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터주의 인기에 대해 “저성장시대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한류의 인기가 여전하고, 대형사의 이익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본을 넘어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면 나왔다고 농심 뜰까
또 다른 수혜주로 거론되는 대상이 농심이다. 드라마 속 천송이와 도민준이 라면 먹는 장면이 중국인들의 라면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다. 1~2월 농심차이나의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더 키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라면 먹는 장면 나왔다고 라면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면, 막걸리 먹는 장면도 나왔으니 막걸리 업체 주가가 올라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이번에 단연 뜬 것은 오히려 ‘치맥(치킨과 맥주)’인데, 구체적인 브랜드가 나온 게 아니어서 수혜주라고 딱히 할 만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씨를 모델로 쓰고 있는 ‘신성통상’도 수혜주 목록에 올라있다. 이 회사 정장 브랜드 ‘지오지아’가 올해 중국 내 매장을 늘리기로 한 점에 주목한 결과다. 시가총액이 1700억 원도 안 돼 지난해 말 자본총계 1974억 원을 밑도는 저평가 상황이지만, 연간 약 8000억 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미미해 주가 상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수익성 높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만큼 웬만한 열풍에 힘입지 않고서는 주가가 크게 오르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성통상은 대주주 지분율이 65%나 돼 작은 거래변화에도 주가민감도는 클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도민준 효과’가 경영실적, 특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모델의 인기가 제품의 매출증가로 이어질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천송이의 해외명품 브랜드 홍보효과도 꽤 컸던 만큼 이에 투자하는 펀드에 접근하는 것도 또 다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