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경선 이후 조 대표와 긴장관계를 가져온 추미애 상임위원은 물론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온 호남 중진들도 조 대표에게 앞다퉈 찬사를 보내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명분 확보와 함께 최악의 경우 당선되지 않더라도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전국적 호소력을 지닌 중앙 정치인으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감에 부푼 당내 시각에 비해 당 밖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구 지역에서 ‘안방 불패’를 자신하는 한나라당은 조 대표의 대구 출마에 대해 ‘최근 당 지지도 하락을 막기 위해 벌인 단발성 이벤트’라며 폄하하고 있다.
대구 출신 강재섭 의원은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 대해 ‘노무현식 정치쇼’라고 혹평했고, 이해봉 대구시지부장은 “내 지역구(달서 을)로 오라고 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 대표의 대구 출마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이 그다지 편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텃밭’ 대구의 현지 상황이 점차 복잡한 구도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 지역구 의원인 백승홍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해 강재섭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구에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냈다. 백 의원은 지난 96년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서구 지역에서 지역구 의원에 당선된 전력이 있다.
또한 이강철 열린우리당 외부인사영입단장이 도전하는 동구 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도 수성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 대표의 대구 출마까지 더해져 ‘대구=한나라당 텃밭’의 공식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약발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조 대표의 출마가 점쳐지는 중구 지역은 서울의 종로와도 같은 대구의 중심지다. ‘민주당=DJ당’으로 생각하는 대구인들의 자존심이 조 대표의 대구 입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관측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도 “조 대표가 대구에 출마해서 낙선하면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구 유권자들’이란 비난 여론이 조성될 것을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대구 사람들을 ‘두 번 죽이려는’ 조 대표의 의도가 괘씸해서라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 대해 엇갈리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근태 원내대표처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출마해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조 대표가 출마할 지역구로 점쳐지는 곳은 바로 대구 중·남구 지역. 지역구 통폐합이 거의 확실한 중구와 남구는 조 대표 선친 조병옥 박사가 3대 총선에 출마했던 당시 지역구(대구 을)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조 대표 부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지역으로도 꼽힌다.
현재 이 지역에선 이재용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장이 표밭을 갈고 있다. 이 지부장은 민선으로 남구청장을 두 번 지냈으며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대구 시장직에 출마해 한나라당 조해녕 후보에 석패한 전력이 있다.
남구 지역구 의원이었던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백승홍 의원이 중구를 떠나면서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여러 신인들이 ‘내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 정가에선 이 지부장의 당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부장측은 “대구 중·남구는 대구·경북(TK)에서 한나라당 아성이 꺾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그런데 만약 조 대표가 이 지역에 들어와 표를 분산시킨다면 이는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고착을 돕는 격”이라고 밝혔다.
이 지부장측은 “조 대표와의 승부를 회피할 까닭은 없지만 조 대표가 진정으로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다면 TK 지역에 있는 한나라당 다선 의원과 겨뤄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렇듯 다른 정파의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조 대표측은 이번 대구 출마 선언을 계기로 무너진 당 지지도를 추스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구 현지에선 조 대표의 전격 출마 선언이 화제가 되고는 있지만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과연 조 대표는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