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도 ‘금메달’ 받았나
김 전 회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협회 예산을 정해진 용도대로 쓰지 않고 일부를 빼돌리거나 회계항목에 누락된 정보비를 만들어 가공 계상하는 방법으로 9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 후 삼성생명이 코치·선수들에게 지급한 격려금 중 수천만 원을 가로챈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은 김 전 회장 외에 내부 공모자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과는 별개로 빼돌려진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추적 중에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개인 비리에 무게를 두고 있긴 하지만 그 돈이 정치인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가 의외로 확대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검찰은 레슬링협회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러한 비리가 저질러졌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를 확인 중이다. 김 전 회장은 2001~2011년 레슬링협회 부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11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김 전 회장이 부회장을 맡을 당시 협회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절친’으로 유명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었다. 천 회장에게로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수사에 이건희 회장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해 10월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김 전 회장이 런던올림픽 후 삼성생명에서 받은 격려금 1억 원 가운데 2880만 원을 임의로 공제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당시 박 의원은 “협회 회장이 코치와 선수들에게 전달돼야 할 격려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여기에 500만 원을 보태 3350만 원으로 순금 메달 3개(총 120돈)를 만들어 천신일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하나가 이건희 회장 몫이었다고 한다. 나머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마다 관행적으로 스폰서들에게 메달을 선물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아직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 부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