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즉석방’으로 알려진 서울강남 N호텔의 G룸살롱. | ||
대표적인 신종 윤락 행태가 바로 ‘즉석방’(일명 즉빵집). 이는 호텔 내부에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의 업소를 운영하면서 손님과 여성종업원의 ‘2차’ 장소로 호텔 객실이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일부 호텔의 경우 직접 업소를 운영하면서 객실에서 윤락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호텔과 업소 간에 미리 객실 임대와 가격 할인 등의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고 있다.
밤의 유흥 문화를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클럽형 룸살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한 건물 안에 룸살롱과 호텔(혹은 모텔)이 함께 있는 형태. 업소에서 만난 여성종업원과 2차를 나갈 경우 바로 건물 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가 윤락을 한다.
이는 신분 노출이나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하는 상류층들 사이에서 크게 호응을 얻었고, 객실 요금 또한 업소측과 연계되어 할인이 되는 까닭에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선수’(룸살롱 등 유흥업소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즉석방은 기존의 클럽형 룸살롱보다 더 대형화, 고급화된 형태. 호텔 안에서 룸살롱과 객실을 오가며 음주와 윤락 행위를 한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윤락 행위가 호텔 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한 “호텔 룸살롱은 사실상 호텔 경영자측과 업소 주인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호텔측이 객실을 윤락장소로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기소한 서울 강남의 유명 관광호텔인 N이 그 대표적인 사례. 호텔 2∼3층에 G룸살롱을 운영하는 이 호텔은 최근 지하에도 또다른 대형 룸살롱을 여는 등 선수들 사이에선 즉석방의 한 전형으로 통하고 있다. 호텔 정문으로 직접 출입하게 되는 G룸살롱은 두 개층에 걸쳐 약 30개 정도의 크고 작은 룸이 있으며, 좌측 끝에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2차를 나가는 손님들은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 곧바로 위층의 호텔 객실을 이용한다.
얼마 전 이곳을 처음 경험한 경기도 고양시의 회사원 이아무개씨(35)는 강남의 유명 호텔 내에서 접대부 아가씨들과 룸에서 술을 마시고 객실에서 하룻밤을 즐긴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씨는 “요즘 강남의 고급 주점은 2차를 잘 안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은 모든 코스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호텔 내에서 엘리베이터 하나로 식사에서 술, 2차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계산을 한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면 식사비와 객실비는 모두 업소 이용에 패키지로 포함되는 듯했다. 가격이 당연히 할인이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친구 세 명과 함께 처음 만난 장소는 이 호텔 1층에 있는 일식집. 식사를 하고 곧바로 2층의 룸에서 술을 마시고 즐긴 뒤, 역시 위층의 객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 이들 일행 네 명이 양주 3병과 안주를 시켜 두 시간 반 정도 즐긴 비용은 아가씨의 팁을 합쳐 2백만원 정도. 2차를 나갈 경우 별도로 20만∼3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을 추가 부담하지만, 식사비와 객실 요금은 약 30∼40% 할인 가격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단속 결과 N호텔은 객실 49개를 월 임대료 4천5백만원에 업소측에 빌려주고, 위층 객실은 2차 윤락장소로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 같은 ‘즉석방’ 행위가 비단 N호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이 주시하고 있는 업소만 해도 강남에서만 H호텔의 C, Y호텔의 W, S호텔의 B, P호텔의 B, G호텔의 B, G호텔의 R, Y호텔의 B 등 십여 군데. 이 중 Y호텔의 B업소 등 일부는 ‘2차 전문’ 업소로 소문이 나 있다. 또 H호텔의 C 업소는 호텔 지하 1∼3층에 룸의 수만 1백여 개에 달할 정도.
벤처기업이나 변호사 사무실, 유명 성형외과 등이 밀집되어 있는 강남의 특성상 이들 호텔에 위치한 업소에는 재벌 2세나 벤처기업가는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윤락행위 단속을 위해 잠복 근무를 하다보면 하룻밤에만 수십대의 BMW 아우디 등의 외제차가 이들 호텔에 드나든다”고 개탄했다. 다소 부담스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즉석방’이 인기를 끄는 것은 미모의 아가씨들과 호텔에서 2차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
실제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김아무개씨의 경우 “손님 접대를 위해 그동안 자주 이용했던 L클럽 등 10% 업소들은 아가씨들이 2차는커녕 스킨십에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등 너무 도도하게 굴어 불쾌했던 적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호텔 업소는 아가씨들의 수준도 높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호텔 객실에서 2차까지 할 수 있어 손님들도 훨씬 반응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최근 호텔 윤락업에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하고 있고, 탈세 가능성도 만연하고 있다며 또다른 걱정을 털어놓았다. 특히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폭들의 경우 기업형 업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사실상 호텔 경영에까지 간여하고 있어 새로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