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절박함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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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재응, 장성호, 김선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 서재응 ‘승부수 띄웠다’
KIA의 베테랑 투수 서재응은 올 시즌을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시작한다. KIA의 최대 고민인 불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동열 감독의 고심 카드다. 마무리 투수로 영입한 하이로 어센시오 앞에서 필승 계투조로 활약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5선발을 예상했던 서재응으로선 개막 전 보직 변경이 그리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재응은 지금 팀 전력상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시범경기 동안 많이 얻어맞긴 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는 밸런스 면에서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시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감독님께서 베테랑들이 불펜을 맡아주길 원하셨고, 그중에서도 나를 염두에 두신 듯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내가 거절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꺼이 (중간계투를) 맡겠다고 말씀드렸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이전에도 내가 중간이나 마무리로 나섰을 때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서재응에게 올 시즌은 아주 중요하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의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신의 야구인생에 승부수를 띄우는 시즌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모든 면에서 멍청했던 시즌을 보냈다. 몸 관리, 시합을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 마운드 운영 등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줘도 아깝지가 않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동안 더욱 치열하게 훈련한 것 같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서재응은 절친한 친구인 김선우와 장성호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야구인생이) 다 왔다. 우리한테는 92학번 선배들의 전성기를 닮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77년생 선수들은 모두 다 잘되길 바랐다. 이제 마무리를 해가고 있는 즈음에 부상 없이 모두 웃으면서 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 장성호 ‘결단도 필요해’
올 시즌 최준석과 히메네스의 영입으로 더욱 입지가 줄어든 롯데의 장성호. 지난해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후 ‘스나이퍼’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그로선 올 시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동안 어깨 부상 등으로 수비보다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이어가던 장성호는 최준석과 히메네스가 모두 1루와 지명타자 요원이고, 히메네스는 장성호와 같은 좌타자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나이 40을 바라보는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안 다치고, 안 아픈 상태로 시즌을 치르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우리 팀의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기대를 모았던 히메네스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당분간은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 같은데, 히메네스가 돌아오면 내가 계속 주전에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최준석과 히메네스를 거액을 들여 영입한 터라 감독 입장에선 그들을 기용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내가 시즌 초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5, 6월 이후에는 2군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높다. 뭐 어쩌겠나. 현실이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만 둘 수밖에 없는데.”
장성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2군으로 내려가서 도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려운 결단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가 그 의미를 묻자, “이 나이에 2군에서 생활하려고 야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대답한다.
“인정을 못할 때가 힘들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어떤 상황도 편하게 다가온다. 올 시즌 마음을 많이 비웠다. 개인적인 기록 달성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팀이 우승으로 향하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을 따름이다.”
통산 2010경기에 출장한 장성호는 양준혁(2135경기), 김민재(2111경기)에 이어 역대 3번째 2100경기 출장에 도전한다. 또한 6988타수를 기록하고 있는 장성호가 334타수 이상을 추가한다면 양준혁의 최다 타수(7332타수) 경신도 가능하다.
# 김선우 ‘두산을 적으로’
2008년 두산으로 복귀, 6년 동안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김선우. 2011시즌 16승 7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리그를 평정할 때만 해도 김선우는 위풍당당했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평균자책점 4.79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겨울 방출 통보를 받았고, 바로 잠실 라이벌 팀인 LG로 이적하면서 두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랬던 김선우가 지난 29일 두산과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김선우의 두산 선발전은 김기태 감독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김선우도 개막전 선발에 대해 덤덤히 받아들였다.
김선우는 LG로 이적할 때만 해도 자신이 두산 개막전에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믿었던 친정팀으로부터 방출당한 후 엄청난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손을 내민 팀이 LG였고 야구를 더 하고 싶었기 때문에 LG여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단다.
“스프링캠프 동안 몸을 잘 만들어왔고 지난 2년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 상태다. 선발진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얻게 한다. 주어진 기회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선배 역할을 해보이고 싶다.”
김선우의 올 시즌도 절박함에 닿아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절박함조차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즌이기에 모든 순간들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둘 계획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