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두(왼쪽), 박준영 | ||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인 김옥두 현 의원과 ‘DJ의 입’이었던 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수석 등이 민주당 티켓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라이벌’로 변한 셈이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우리당)에서는 유인학 전 의원과 김명전 EBS 부사장, 김재철 전 전남 행정부지사 등이 당내 지역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
3선 관록의 김옥두 의원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이 중앙당과 국회 일정이 없으면 지역구에 내려가 대민 활동을 하고 있다”며 “4선에 성공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 측근은 민주당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선 “현 지역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출마할 계획은 전혀 없다. 장흥·영암에서 출마하는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맞서 지난 1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텃밭을 다지고 있는 박준영 전 수석은 “이 지역은 우리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노인정에 가면 ‘대통령을 만들어줬더니 신당을 만들어 나갔다’며 우리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다”며 “과거의 인물보다는 참신한 인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물갈이론’이 거세다는 게 박 전 수석의 전언.
박 전 수석은 “당내 경선 방식으로는 정치신인이 지구당위원장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중앙당에서 실시하는 지역 당원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른 공천 신청자들과 합의가 안 된 상태다.
우리당 후보군 중에는 유인학 전 의원이 지명도가 높아 다소 유리하다는 평. 유 전 의원은 “이 지역 주민들은 저를 13·14대 의원으로 뽑아줬고, 지난 8년 동안에도 지역 텃밭을 다져왔기 때문에 3월 초로 예상되는 당내 경선과 4월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며 기염을 토했다. 이런 유 전 의원에 맞서 김명전 EBS 부사장과 김재철 전 부지사가 우리당 공천을 신청, 발빠르게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이밖에 강성재 한·일문화교류센터 대표가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고, 전석홍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과 안수원 자민련 광주·전남지부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장경택 남해화학 사장과 김기태 통일미래연구원 이사 등은 무소속 출마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 왼쪽부터 유인태, 송광호, 정찬수 | ||
이 지역에선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출마 여부가 단연 관심거리다. 당초 제천 출신인 유 수석의 이 지역 출마가 점쳐졌지만 서울 도봉을 지역 출마로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향 제천을 떠났다는 유 수석이 지역 기반이 확실하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상대 후보가 누가 됐든 유 수석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승리할 것으로 본다”며 유 수석의 ‘충청 입성’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 공천에서 유 수석의 거취가 최대 변수라면 한나라당의 경우 한바탕 ‘내전’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현 지역구 의원인 송광호 의원에게 이회창 전 총재 보좌역 출신인 정찬수 당 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
지난해 9월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온 송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한 단수 공천 지역에서 현 지역구가 배제됨으로써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게다가 지난해 말 당무감사에서 C등급(경선 대상)을 받음으로써 경선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에 비해 언론을 통해 ‘차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받은 정찬수 부대변인은 “해볼 만하다”며 사기를 높이고 있다.
송 의원측은 “당내 경선은 중요한 정치과정이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지역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너무 쉽게 출마를 선언하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 부대변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정 부대변인은 “5번이나 당적을 옮겼던 경력의 송 의원이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시대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강한 만큼 공정 경선만 치러진다면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이 지역에서 재선을 한 송 의원측은 유 수석의 현지 출마를 가정한 질문에 “청와대에서 열심히 잘했던 사람이 괜스레 총선에 나와 이미지만 망가질까 걱정된다”며 “지역민들의 송 의원에 대한 지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부대변인은 “일단 당내 경선이 문제”라면서도 “유 수석 같은 거물과 붙는다면 더욱 주목받지 않겠나”라며 조심스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에는 김만재 제천지역발전연구소장, 홍성주 봉양농업협동조합장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며 민주당에는 조두형 당 전자정당특위 추진단장, 열린우리당에서도 김동석 인천기능대학 학장이 공천을 신청했다. 또한 공천 신청자는 아니지만 자천타천으로 박재구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당 이근규 전 지구당위원장, 정우택 세명대 교수, 남준영 변호사 등이 출마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
▲ 강재섭(왼쪽), 백승홍 | ||
이곳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뀐 지역이다. 대구 서구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과 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백승홍 의원이 맞붙게 된 것.
대구 중구 지역구 의원인 백 의원은 당무감사 결과(C등급, 경선 대상)와 당 지도부의 공천심사 방식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하고 서구에서 강 의원과 한 번 겨뤄보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15대 때 대구 서갑 지역에서 당선됐던 백 의원측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대구 서 갑·을이 통합되는 바람에 서구 지역 전체를 강 의원에게 양보하고 중구에 가서 출마했지만 이제 다시 서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역 바닥 민심이 백 의원에게 우호적이고 지난 15년간 서구에 살면서 지역 관리를 잘해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백 의원측은 “강 의원과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며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대구에서 당선된다는 공식을 깨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의원측은 “백 의원이 자꾸 언론플레이를 해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강 의원과 맞붙는 구도를 연출해 주목받으려는 것 같다”며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백 의원이 탈당해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가 대구에서 출마하는 것에 대해 지역구민들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강 의원측은 “강 의원을 ‘대구가 낳은 큰 인물’로 키워보려는 대구 시민들이 이에 맞서려는 백 의원을 어떻게 보겠는가. 강 의원 당선에 전혀 걸림돌이 안 된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두 의원이 이전투구식 쟁탈전을 벌일 경우 다른 후보들이 반사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서중현 대구경제살리기운동본부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서 표밭을 갈고 있으며 이헌철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김상연 자민련 지구당위원장, 김기수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임은경 서구발전연구위원회 위원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