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애초부터 잘못된 약속”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새정치연합 지도부 내에서 처음으로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무공천이 합당의 연결고리지만 이것이 당을 어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새누리당만 공천을 해도 호남 같은 경우는 관계가 없겠지만 서울 경기 등의 지역에서는 상황이 불리해진다. 서울의 경우 만약 구청장 자리를 절반도 지키지 못하면 시장이 시를 운영하는데도 어려워진다. 시장이 어려우면 대선도 어려워지고 중장기적으로 당에 해를 끼치게 된다. 이번 합당의 대의명분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인데, 이번 지방선거에 지면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될 수 있다. 무공천은 작은 약속을 지키려다 정작 큰 약속을 못 지키는 바보 같은 짓이다.”
―공천으로 되돌리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무공천은 애초부터 잘못된 약속이라고 본다. 공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무공천은 아니다. 공천제도 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정답이 아닌 것을 정답으로 착각하고 있다. 저는 지금이라도 공천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인데, 합당의 전제가 됐던 (당에서는) 무공천을 되돌리면 피해가 있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으로 인한 피해나 무공천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는 피해나 어차피 당이 손해 보는 것 아닌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기에 당내에서 토론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자는 것이다.”
―무공천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어렵다고 해도 당내 토론을 통해 무공천을 되돌릴 수도 있고 무공천을 유지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정당은 토론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 무공천과 합당 과정도 특별히 당내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가 없었다. 무공천이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텐데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무공천으로 간다면 여야협상을 통해 정당기호제 폐지나 탈당 조항 폐지 같은 것을 합의해야한다. 새누리당만 공천을 한다면 우리 쪽에서는 구역을 정해 제한적인 무공천을 해볼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당대표들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회담 제의만 해서 되겠나. 쳐들어가서 싸우고 시한도 정하고 해야 한다. 선거가 올 6월인데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건가. 제가 만약 당대표라면 무공천 공약을 지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 더 강하게 싸울 것이다. 청와대의 바리게이트를 뛰어넘는 자세로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안 만나주면 여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공천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의 근거라면 죽기로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를 어떻게 보는가.
“안철수 대표가 말하는 새정치가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안 대표 입에서 새정치란 말이 나온 지 한 2년 정도 됐는데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기회가 되면 안 대표에게 새정치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저는 새정치란 없다고 본다. 인류가 시작되면서 정치가 시작됐고 중세시대를 지나면서 민주주의와 결합이 됐다. 정치는 민주주의의 요소를 발전시켜가는 것이라고 본다. 새정치가 있으면 헌정치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구분이 말이 안 된다. 정치는 정치다운 정치를 하는 것이고 지금 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런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무공천 반대 목소리가 친노·강경파 대 비노·온건파의 계파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서 반대 의사가 있어도 세게 이야기를 못하는 게 이런 편견들 때문이다. 야당끼리 비판이 있으면 언론에서 친노·강경파들이 반발한다고 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못하는 것이다. 당은 토론을 해야 하고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내부에서 말만 나오면 ‘싸우기만 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제대로 된 비판을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공천 문제는 너무나 엄중한 결정이고 그 여파가 지방선거에만 끝나지 않고 다음 큰 선거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 야당의 존립과 관계돼 있다. 다들 말 못하고 있는데 나까지도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정치인들은 말로만 정치하는 입술파가 많다. 나는 강경파가 아니고 현실과 원칙을 지키는 것뿐이다. 계파를 그런 식으로 분류하는 것이 입을 틀어막는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나의 계파를 분류하고 싶으면 현실적 원칙파로 분류해 달라.”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