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신선한 공기 속으로 몸을 쓰며 힘들고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그저 아프지 않다는 뜻에서 건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건강한 삶을 말하는 것이다.’
‘영국 자급자족의 아버지’라 불리는 환경운동가 존 세이무어의 스테디셀러 <대지의 선물>이 국내에 출간됐다. 저자는 평생 전원생활, 환경운동,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생활양식을 널리 알렸던 활동가다. 그의 대표작인 이 책은 1953년부터 저자가 아내와 딸 셋과 함께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실화를 유쾌하게 그린 에세이로, 1961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돼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다.
저자는 도시 외곽에 있는 농가주택을 빌려 수도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땅을 일궈 농작물을 심고 가축을 기르는 등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을 가족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서투르지만 하나씩 자급자족 생활을 익혀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독자들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조언을 한다. ‘사람들이 부닥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자신감 부족이다. 젖소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몇 달을 고민할 수도 있다. 젖소를 키우는 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겁먹기 때문이다. 젖소를 키우고 싶을 때 해야 할 일은 나가서 젖소를 구하는 것뿐이다. 자신의 무지를 이리저리 재기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그 무지는 젖소가 풀어줄 것이다. 대학교 축산학과에서 몇 년을 공부하며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직접 부닥쳐서 배우는 것이 낫다. 젖소가 어떤 책보다 좋은 스승이다. 그냥 젖소를 구하라.’
이 책은 모든 일은 스스로 부딪쳐야 얻을 수 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또한 물질문명의 이기에 물들어 정신이 황폐해지는 현대인에게 정말로 건강한 삶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옮긴이 조동섭은 반세기도 더 지난 것을, 그것도 영국 이야기를 지금 읽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품는 독자라면, 일단 책장부터 넘겨보라 권한다. 저자가 직접 자기 손으로 땅을 일구고 소박하게 가족을 위해 농사짓는 모습은 논리로 환경을 이야기하는 어떤 책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존 세이무어 지음. 조동섭 옮김. 샐리 세이무어 그림. 청어람미디어. 정가 1만 38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