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백양사 | ||
서옹 스님의 사례처럼 인간이 앉거나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전문가들조차 신비스럽게 여길 정도로 드문 일이다.
법의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이 서거나 앉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뇌로부터 시작되는 각종 전기적 신호에 따라 근육이 수축 혹은 이완하면서 몸의 틀을 유지해 주기 때문. 그러나 죽는 순간 이 모든 작용이 정지하기 때문에 근육이 일시에 이완됨으로써 신체는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결국 앉아서 혹은 서서 죽음을 맞는다 해도 죽는 순간 힘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
좌탈입망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양경무 박사는 “호흡이 멎는 순간 고개가 한쪽 방향으로 떨구어지는 것까지 감안해서 무게 중심을 정확히 잡은 채로 죽음을 맞이하면 이론상으론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죽는 순간 자기 몸이 어떻게 쏠릴지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이 쉽사리 가능한 일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보다 호흡이 급작스럽게 멎어 죽음을 맞이할 경우 눈에 띌 정도로 급격한 시체강직(시강)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익사한 사람이 지푸라기를 꼭 움켜쥐고 있거나 칼에 찔린 채 추락한 사람이 칼을 꼭 움켜쥐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한 경우다.
그러나 서옹 스님과 같은 고승들의 자연사는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양 박사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그 순간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듯하지만 보통 사람에겐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며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정신적·종교적인 결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온도와 습도 등 외부적인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망 1시간 이내에 시강이 시작된다. 시강으로 뻣뻣해진 사체는 늦어도 72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어져 흐물흐물해진다.
입적 당시 서옹 스님은 좌선한 채 머리를 벽에 살짝 기댄 모습이었다. 고통이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표정과 자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마저 불러 일으킨다. 오랜 시간 인간에 대한 자비와 사랑을 실천해 온 고승의 삶의 단편이 묻어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