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끈끈하게’ 커뮤니티 앱 ‘밴드’ 뜬다
왼쪽부터 오거돈 예비후보, 김황식 전 국무총리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활용은 이제 정치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 됐다. SNS는 유권자들에게 친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간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에게 애용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박지원 의원, 새누리당에는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많은 현역 정치인들이 직접 SNS를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선거 때는 SNS가 더 시끄러워진다. 201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화제를 모으며 현재까지 ‘트위터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SNS팀을 꾸려 온라인상에서 홍보 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각 선거 캠프에서는 SNS 활동을 전담하는 독자적인 팀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 됐다.
SNS 활동을 전담하는 팀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후보들의 행보나 정책 등을 게재하며 선거 활동을 알린다. 후보들은 선거 기간에 맞춰 SNS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 활동할수록 SNS 사용자들과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기에 계정을 오래 써 왔을수록 홍보에 유리하다.
이 같은 SNS 전쟁 속에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마트폰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이용하는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경합을 펼치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황식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선거 활동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홍보팀의 가장 큰 걱정은 트위터 등 SNS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인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김황식 캠프에서 무기로 삼은 것이 바로 앱이다. 앱과 관련한 업무는 IT 전문가들과 에디터, 디자이너들로 구성돼 있는 ‘스마트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 전 총리의 앱에는 ‘레디고(Ready go)’라는 이름으로 된 콘텐츠가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슬라이드 영상으로 사진들과 글이 나타난다.
김황식 캠프 관계자는 “앱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은 이미 3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캠프에서 선거 활동으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를 넣고 있다”며 “스마트폰 특성을 고려해 글자를 적게 쓰고 만화나 잡지적 요소를 넣어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호응이 좋다”고 밝혔다.
앱 홍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인스턴트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다단계식’ 전파법. ‘레디 고’ 콘텐츠를 본 사람은 자신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 김황식 캠프 측은 “홍보물을 출판해 나눠주는 것보다 훨씬 파급력이 좋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도 메신저를 이용한 다단계식 파급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오거돈 캠프 측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선거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밴드란 커뮤니티 카페와 흡사하지만 초대 받지 못한 사람을 가입할 수 없는 구조로, 외부에서 검색도 어렵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해당 밴드에 초대를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오 후보의 밴드는 개설 10일여 만에 700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가입했다. 오 후보가 직접 밴드에 참여하지는 않고, 캠프에 소속된 온라인팀에서 오 후보의 일정과 선거 활동사진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밴드의 내용은 일반 SNS 활동 내용과 다를 바 없지만 밴드의 기능 중 하나인 ‘전체대화방’을 통해 매일 지지자들이 대화를 하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오거돈 캠프 온라인팀 담당자는 “밴드는 지인들이 다단계 형식으로 초대하고 받는다. 확산적인 측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보다 덜하지만 밴드를 통해서 오프라인으로 결속력이 있을 수 있고 서로 아는 사람들이다보니 채팅창 같은 데서 더 친밀해질 수도 있다”며 “지방선거다보니 지방에 속한 주민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고 30년 가까이 부산에서 활동해온 오거돈 후보의 지지자들이 밴드에 많이 가입돼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카카오스토리’도 최근 정치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카카오스토리의 경우 해당 메신저와 바로 연동돼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만 볼 수 있는 등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만큼 사용자 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개인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때문에 카카오스토리는 특히 기초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더 애용되고 있다. 기초선거의 경우 지역 폭이 넓지 않은 데다 연락망을 알고 있는 지지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일반 SNS보다 훨씬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에서도 카카오스토리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는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영춘 전 의원과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 등이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자녀의 결혼사진을 올리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소식받기’를 통해 친구맺기를 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계정을 따로 만들어 본격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부산에서 3년째 생활하며 표심을 다지고 있는 김영춘 전 의원도 직접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며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하는 까닭에 대해 “이런 형식으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표심을 얻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 저는 하루에 2시간 이상은 운영에 시간을 들이고 있는데 요즘 선거 활동으로 시간내기가 어려워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