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추녀였어도 그렇게 주목받았을까
지난 1일 이화학연구소는 “오보카타 주임의 연구 논문에 변조 및 날조 사진이 사용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3월 14일 ‘만능세포’ 논란과 관련 중간 조사결과 발표 모습. 왼쪽은 연구실험 중인 오보카타 하루코. 연합뉴스
지난 1월 말,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30)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만능세포(STAP)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면 신체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유전자 조작 없이도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 과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오보카타가 노벨상을 수상하리라는 예측도 나왔다.
더욱이 세간의 연구원 이미지와는 달리 젊고 예쁘장한 오보카타의 미모가 많은 일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밤샘연구를 해도 반드시 화사한 화장을 하고 출근한다는 일화나 실험실에서 연구복 대신 할머니가 준 앞치마를 두른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기사화됐다. 단숨에 오보카타는 일본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러나 곧 반전이 펼쳐졌다. 진지한 연구원의 모습과 동떨어진 까닭에 오보카타에게 위화감을 느낀 연구원과 일부 네티즌들이 그녀의 논문 정합성을 검증하기 시작한 것. 특히 논문에 실린 화상 자료가 부자연스럽다는 의혹이 몇몇 블로그에 제기되면서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가 조사에 착수하기 이르렀다. 그리고 일부 사진들이 조작으로 밝혀졌다.
결국 4월 1일, 이화학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보카타 주임의 연구 논문에 변조 및 날조된 사진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보카타의 박사학위 논문도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2011년 그녀가 와세다 대학에 제출한 영어 논문 가운데 약 20쪽 분량이 미국 국립보건원 웹사이트를 베낀 것으로 드러난 것. 이렇게 오보카타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산산조각 났다.
이번 소동으로 인해 일본 과학계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히로시마대학의 난바 코지 명예교수는 “일본 과학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자칫 만능세포 개발을 이유로 수백억 엔의 예산을 날릴 뻔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일본 과학계 신뢰성이 흔들려, 앞으로 <네이처> <사이언스> 등의 국제학술지에서 일본인 연구자의 논문 채택률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일부는 “오보카타가 ‘특별대우’를 받아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적도 없고 무명에 가까웠던 오보카타가 이화학연구소 연구주임 자리까지 오른 데에는 간부인 사사이 요시키의 연줄이 작용했다”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이화학연구소 관계자는 “사사이 부센터장이 오보카타를 각별히 여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사이 씨뿐만은 아니었다. 오보카타 주변에 있는 남성 연구자들 모두 그녀에게 관대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논문이 ‘허점투성이’라는 것은 애초 유명 연구자인 그들의 실력에서 볼 때 간단하게 알아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보카타에게 매혹(?)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낳고 말았다.
<주간겐다이>는 “오보카타 주임이 후광를 노리고, 명문대학의 톱 연구자들과 친분을 쌓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각각의 장소에서 특권적 지위를 획득해 STAP 논문까지 발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학 유학시절에는 스승 ‘찰스 버캔디 교수의 엔젤’로 불리었던 게 주지의 사실”이라고 전하면서 “당시 오보카타는 연구실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해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의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가 남성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논문 날조를 오보카타 주임 단독행위로 결론짓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네이처>에 논문이 게재된 배경에는 공저자에 저명 연구자들의 이름을 같이 올렸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일본 과학사에 오명으로 기록될 대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녀 혼자 책임을 지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이화학연구소에 비리가 얽혀 있을 가능성도 감지돼 앞으로도 적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릴 조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오보카타는 지난 4월 9일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녀는 “부주의로 의심을 낳고, 소란을 일으킨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STAP 현상은 몇 번이고 확인된 진실”이라고 말해 논문이 날조됐다고 인정한 조사위원회 보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단순한 실수로 사진이 잘못 사용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조사결과의 정정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만약 오보카타가 만능세포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 역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현 실험은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만능세포 존재조차 불분명해진 상태라 일본 언론들은 “그녀의 역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