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DNA 장착 ‘달랑’ 1억짜리 슈퍼카 출격
‘초고가’가 당연시 여겨지는 슈퍼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펠리노(위)와 불.
슈퍼카 세계에서는 변방에 속하는 캐나다의 펠리노(Felino)와 멕시코의 불(Vuhl)이 바로 그 대표주자다. 묘하게도 펠리노와 불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닌 자동차 메이커다. 하나는 자사 모델의 첫 출시를 앞둔 신생 업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설립자가 ‘질주 DNA’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펠리노’는 전직 F1 경주 드라이버인 앙트안 비셋(Antoine Bessette)이 설립한 회사로 향후 자사의 대표 스포츠카가 될 ‘펠리노 cB7’ 모델을 지난 2010년부터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 몬트리올 오토쇼에서 cB7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바 있으며, 내년부터 한정판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10만 달러 이하가 될 것이라는 게 펠리노 측의 설명.
펠리노 cB7은 터프해 보이는 독특한 외관을 지닌 후륜구동 2인승 스포츠카다. 탄소섬유 재질로 바디가 제작돼 차체 무게는 1135㎏에 불과하다. 6.2ℓ V8 엔진을 얹어 최대 525마력의 파워를 뿜어내는데, 제로백(출발에서 시속 100㎞에 다다르는 시간)과 최고속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제로백은 4초 이내, 최고속도는 시속 200마일(약 321㎞)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모델은 핸들링 기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는데, 유튜브에 공개된 시험주행 영상에는 cB7이 전혀 흔들림 없이 여러 개의 원을 그리는 장면이 담겨 있기도 하다.
‘불’ 역시 태생은 펠리노와 흡사하다. 에체베리아(Echeverria) 형제가 30년간 경주용 차를 만들고 직접 운전해온 아버지의 지식과 열정을 이어받아 설립한 자동차 회사다. 트랙을 달리는 레이싱카의 특성을 도로 위에서 재현해낸 미드십 스포츠카가 바로 불이 설계한 ‘불 05’(Vhul 05)이다.
회사 이름이자 모델명이기도 한 ‘Vuhl’은 초경량-초고성능 자동차를 뜻하는 ‘Vehicles of Ultra High-performance and Lightweight’의 약자. 이름에 걸맞게 ‘불 05’는 알루미늄과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공차중량이 725㎏에 불과한 초경량 스포츠카이다. 2000cc 4기통 터보엔진이 285마력의 괴력을 발휘하며, 제로백은 3.7초, 안전을 위한 최고속도는 245㎞/h이다. 불은 지난해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불 05를 선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올 봄부터 출시될 예정으로 기본형의 가격은 8만 4000달러(약 8860만 원)이다.
슈퍼카 시장의 틈새를 겨냥한 펠리노와 불의 도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단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브랜드 파워가 거의 없는 신생 메이커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하지만 이 두 메이커의 등장 자체는 카 마니아에게 묘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것은, 슈퍼 브랜드가 좌지우지하는 슈퍼카 세계에서 벌어지는 ‘변방의 신선한 반란’ 같은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