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실상 지고 있다’ 정말인가
4월 중순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조건이라면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여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현재 지지율에서 5%포인트(p)는 더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선거다.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기본적으로 50대 이상의 적극 투표층이다. 반면 젊은이들은 지방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고 지지정당을 중심으로 ‘줄투표’ 성향을 보인다. 일부 진취적인 대학생들은 새정치연합보다 진보정당을 지지하거나 무당층으로 남아있다. 현재 정당지지율을 보면 야권에 숨은 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2030세대를 과다하게 표집해 5060세대 비중을 줄이는 경향마저 있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이 지난 지방선거를 떠올리며 현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시 한명숙 전 총리와의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10%p 이상 차이를 벌리며 낙승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0.6%p차로 간신히 승리했다. 이를 근거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여론조사는 박빙이지만 야권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지나친 낙관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당시 여론조사는 KT 등재방식에 유선전화 위주로 표본을 모았다. 한마디로 집에 있는 중·장년과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이뤄졌기에 그만큼 야권에 숨은 표가 많았다는 해석이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조사대상을 휴대전화로 확대하는 등 상황이 다르다. 세대별 보정도 해서 2030세대 수치까지 거의 맞춘다. 투표율이 관건이지 두 후보가 받을 지지율은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 평가나 이미지에 있어 여당 주자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박 시장과 함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이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새정치연합에서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듯한 전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새정치연합은 정몽준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아산사회복지재단 기부금품법 위반 건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벌였다. 지난 15일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한 시민단체로부터 기부금품 불법모집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의 수사지휘도 떨어진 상태”라며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최근 6년간 244억 원의 기부금을 무등록 불법 모집해 임의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정몽준 의원의 재단 이사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정몽준 의원 측에서) 법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1000만 원 이상을 모금하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은 새정치연합 쪽일지도 모른다. 해당 시민단체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을 고발하면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만든 사단법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역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다.
‘내일’은 2013년 3월부터 12월 31일까지 총 3억 8000만 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기부금품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 고발 건과 같은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몸담았던 아름다운재단 및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참여연대 등도 현재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다.
기부금품법은 법적 조치가 아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 관련 시민단체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특히 아산사회복지재단 고발 건은 김황식 예비후보 캠프에서도 갖고 있었지만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후보와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김 후보 측에서조차 ‘버린 카드’를 주워다 쓴 모양새다.
박 시장의 캠프 구성 방향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시장 측은 5월 초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대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핵심 참모로 임종석 전 의원을 기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 전 의원은 박원순 재선캠프를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임종석 전 의원은 지난 3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정치권 복귀가 이미 점쳐졌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지방선거 핵심 지역인 서울시장 캠프를 맡는 것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임 전 의원이 총선 끝난 이후 두문불출하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등 남북문제에 몰두해 온 것도 서울시장 선거 의제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박원순 캠프가 기동민 정무부시장을 중심으로 오영식 의원(서울시당위원장)을 포함해 ‘기동민-오영식-임종석’ 삼각편대로 짜일 것 같다”라며 “임종석·오영식 모두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486세대다. 여기에다 안철수 대표 측도 한 사람 넣자는 것인데 잘 되겠나. 세 사람 모두 정치권 잔뼈가 굵은 이들이지만 그만큼 신선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전 의원이 지난 총선 때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것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그는 당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당 안팎으로 상당한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당직 사퇴 및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출신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임종석·오영식 의원에 기동민 정무부시장까지, 세 사람 다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며 “시민운동가 이미지를 벗고 행정가 면모를 보여줘야 할 박 시장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이미지로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4월 서울시장 여론조사 살펴보니 박원순 VS 정몽준 ‘오차범위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몽준 경선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여론조사에서 앞지르기 시작했다. 전체 결과를 보면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이지만 정몽준 후보 측은 벌써부터 경선을 넘어 본선에 대비하며 한껏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5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경선후보는 48.5%를 얻으며 박원순 서울시장(45.5%)을 3%포인트(p) 차이로 앞섰다. 해당 조사는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병행해 실시했고 응답률은 14.2%였다. 반면 <내일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6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정몽준 36.5%, 박원순 42.2%로 박 시장이 5.7%p차 앞섰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유선 770명, 무선 530명)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0.7%. <YTN>과 ‘엠브레인’이 지난 1~3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43.8%를 기록하며 42.7%의 지지율을 얻은 박원순 시장을 1.1%p차로 앞섰다(응답률 24.2%). 이를 종합해보면 현재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과 정몽준 후보가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기사화할 때 ‘이겼다’ 또는 ‘높다’는 표현을 가능한 쓰지 말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정 후보가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 여론조사에서 30% 지지를 얻었다면, 이는 “27~33%의 지지율을 얻을 가능성이 95%”라는 뜻이다. 앞서의 세 여론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기에 박빙 양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 셈이다. [수] |